美 테이퍼링 우려에 韓 금융시장 '검은 목요일'···주식↓·환율↑

코스피 4달 반 만 3100선 붕괴·外人·기관 7400억원 '팔자' 코스닥 990선 '6개월來 최대 낙폭'···원·달러 환율 8.2원↑

2021-08-19     남궁영진 기자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유은실 기자] 국내 금융시장이 19일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수개월 만에 최저치로 밀려났고, 원·달러 환율은 8원 이상 치솟으며 1170원대에 재진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사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61.10p(1.93%) 내린 3097.83에 마감했다. 전날 9거래일 만에 반등했지만, 다시 급반락했다. 전장보다 18.92p(0.60%) 하락한 3140.01에 출발한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거센 매도세에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낙폭을 크게 확대해 나갔다. 이로써 지난 4월1일(3087.40) 이후 4개월 반 만에 최저치로 미끄러졌다. 

투자주체별로 기관이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4160억원어치 팔아치웠고, 8거래일째 '팔자'를 외친 외국인도 3302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개인은 802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프로그램 매매에선 차익거래 매수, 비차익거래 매도 우위를 보이며 총 1259억6000만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 연준의 테이퍼링 이슈가 부각되면서 아시아 증시에 대한 조정 압력이 강화됐다"며 "외국인과 기관이 집중 매도에 나서면서 지수 하락세가 가팔라졌다"고 분석했다.

뉴욕증시에서 주요지수는 기업실적 호조에도 델타 변이 우려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논의에 1% 안팎 하락 마감했다. 

7월 FOMC 의사록에서 대부분의 참가자는 "앞으로 경제가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발전할 경우 위원회의 '실질적인 추가진전' 기준이 충족되는 것으로 봤기 때문에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FOMC 의사록 발표 직전에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마켓워치에 "내년 1분기까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을 완료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년 4분기가 미 연준이 제로 금리를 인상하기에 좋은 시기일 것이라는 견해도 유지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휘청였다. 홍콩항셍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645.08p(2.49%) 떨어진 2만5221.93으로 마감했다. 대만 가권지수(-2.68%), 일본 닛케이225지수(-1.10%), 중국상해종합지수(-0.57%) 동도 내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주는 하락 종목이 우세했다. 대장주 삼성전자(-1.08%)가 10거래일째 하락세를 이어갔고, SK하이닉스(-1.44%), NAVER(-1.05%), 삼성바이오로직스(-1.81%), LG화학(-0.22%), 삼성SDI(-2.14%), 현대차(-2.82%)도 지수 급락을 주도했다.

카카오(0.69%)는 올랐고, 올해 IPO 대어 카카오뱅크(8.88%)와 SK바이오사이언스(4.52%), 크래프톤(5.01%) 등은 급락장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하락 종목(850곳)이 상승 종목(58곳)을 압도했고, 변동 없는 종목은 12곳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9.93p(2.93%) 내린 991.15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7.15p(0.70%) 내린 1013.93에 출발한 뒤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닥이 종가 기준 10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6월16일(998.49) 이후 두 달여 만이다. 하락폭은 지난 2월24일(30.29p·3.23%) 이후 6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2.89%)와 셀트리온제약(-3.41%), 카카오게임즈(-2.19%), 에이치엘비(-1.67%), SK머티리얼즈(-5.66%), 씨젠(-1.06%), CJ ENM(-4.61%) 등 시총 상위주의 부진이 지수 급락으로 이어졌다. 

테이퍼링 가속화 우려는 위험자산 회피로 이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8.20원 오른 달러당 1176.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5.0원 상승한 1173.0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중 1177.2원까지 올라섰다가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최근 원화 약세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상승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 이슈에 부딪히며 상승폭이 커졌다. 시장은 연내 테이퍼링이 가시화된 만큼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강세 기조가 유지, 추가 환율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고 보고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은 달러의 공급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달러 강세와의 연결고리"라며 "본원 통화인 달러의 공급 자체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달러화 가치는 상승하게 되고 원화를 포함한 다른 통화들의 약세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의 1200원 돌파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기간 내 1200원 돌파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외환시장은 심리적인 부분에 영향을 강하게 받는데 환율이 1200원이 넘어가면 당국 개입의 경계감이 커지게 되고, 이는 환율 상승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