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155원도 뚫었다'···일방적 달러 강세 어디까지?

3거래일 만에 연고점 경신···9개월來 '최고' 수준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 속 위안화 약세 영향 동조 얇은 거래량도 충격 키워···1160원 돌파 가능성↑

2021-07-26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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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1155원도 뚫어내면서 3거래일 만에 연고점을 경신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시아 증시의 하락세까지 맞물린 결과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전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측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통화 긴축에 대한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4.2원(0.36%) 오른 1555.0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1일 1154원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3거래일 만에 가장 높은 값이며, 지난해 10월7일(1158원) 이후 9개월 만에 최고값이다. 장중에는 1155.3원까지 올라 장중 연고점도 경신했다.

이날 환율은 1.6원 갭업한 1152.4원으로 개장한 뒤 줄곧 오름세를 이어갔다. 개장한 직후 1153원 후반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오름폭을 되돌림하며 정오까지 1152원 하단까지 되돌림했다. 특히 오전 장에서는 매우 적은 거래량만 소화되면서 움직임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상승폭을 키워가던 환율은 마감 직전 급등세를 보이며 연중 최고치인 1155원까지 올라갔다.

이날 환시를 크게 흔든 재료는 위안화 약세다. 중국 정부는 사교육을 사실상 금지하는 초강력 대책을 내놨다. 학원비 부담이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히자 중국공산당이 '사교육으로 돈을 벌어서는 안 된다'는 초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앞서 중국 정부가 IT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사교육 투자까지도 막아버리면서 중국 증시와 위안화는 모두 폭탄을 맞았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296p(2.34%) 떨어진 3467.44로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위안화 역시 6.4763위안으로 고시되면서 전거래일 대비 0.17% 하락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중국 주식시장이 교육·기술주 등에서 낙폭을 키웠고, 이에 따라 아시아장 대부분 '리스크오프(위험자산회피)'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오전 물렸던 원·달러 환율도 '동조화(커플링)' 현상에 (위안화를) 쫓아갔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오는 7~9월 테이퍼링에 대해 처음 언급이 된 이후 내년 연초부터 진행되는 예상 시나리오에 따라 환율도 같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더욱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오는 27~29일 예정된 미국 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업계에서는 FOMC 발표 이전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리스크오프 심리는 더욱 두드러졌고, '피크아웃(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에 대한 우려도 확대됐다. 유럽중앙은행(ECB)도 FOMC와 상반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유로화 약세-달러화 강세 흐름을 더욱 부추겼다. 유일하게 강세를 보였던 엔화도 이날 달러 대비 약세 흐름을 면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의 외국인 '팔자' 행렬도 달러 강세 재료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선 3800억원, 코스닥 시장에선 1800억원가량 팔았다. 월말 네고(달러 매도) 물량 출현도 적었다. 수출 네고 물량이 마지막 주라는 점을 감안할 때 출현 물량은 극히 적었고, 수출업계 안으로는 1160원선도 뚫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대해 언급했던 FOMC가 이달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라고 예상하면서도, 시장이 FOMC 결과를 따라가기 보다 자체적인 해석을 어떻게 내놓는지가 중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응주 DGB대구은행 차장(수석딜러)은 "FOMC에서 전월보다 진도를 빼지 않겠냐는 시장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지난주에도 일부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쉬어가는 듯 보였으나 신고가를 경신했고, 시장이 향후 긴축 흐름에 대한 우려를 선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FOMC 회의 결과가 큰 변동성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1160원도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차장은 "업계 내 분석에도 불구하고 시장 가격에 모든 참여자들의 의중이 반영된 가격이라고 본다면 앞으로도 일방적인 달러 강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테이퍼링에 대한 두려움은 FOMC 이후에도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