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재계와 릴레이 회동···커지는 '이재용 사면' 요구

문 대통령, 4대 그룹 대표 오찬 이어 국무총리-경제5단체 간담회  靑 정책실장·산업부 장관도 오늘 5대 그룹 사장단과 비공개 회담 재계, "정부-경제계 윈윈 파트너십 기대"···"이재용 사면 다시 청원" 

2021-06-04     오세정 기자
문재인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정부가 재계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가 잇달아 재계와 만난 데 이어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4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사장단과 비공개 회동을 한다. 

재계는 정부와의 만남을 계기로 기업 규제 관련 법안의 속도조절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릴레이 회동에서 거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면서 이 부회장 사면 요청 수위를 높이고 있다. 

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날 이 실장과 문 장관,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장동현 SK 사장, 권영수 LG 부회장,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 등은 서울 모처에서 한자리에 모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모임은 지난달 취임한 문 장관과 5대 그룹 사장단이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다. 정부측의 요청으로 자리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이 실장과 문 장관은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도운 기업들에 감사의 뜻을 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무역대응, 투자확대 등 각종 경제계 현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자리는 사흘 연속 이어진 정부와 재계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지난 2일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갖고, 한미정상회담 때 재계의 대미투자 등 기여한 부분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이어 하루 만인 지난 3일에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경제5단체장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처럼 정부가 재계와의 접촉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나선 데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와 정부의 대(對)기업 행보에 변화의 기미가 포착된 것은 지난 3월 문 대통령이 상공의 날 기념식을 찾은 뒤 기업과의 활발한 소통을 주문하면서부터다. 이후 지난달 15일 문 대통령은 확대경제장관회의에 국내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를 초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재계와의 소통에 앞장서면서 정부 핵심인사들도 잇따라 기업 현안 청취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재계는 최근 회동이 국내 투자 환경 개선과 고용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전날 열린 김 총리와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코로나19로 상처입은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주고 내려앉은 경제를 부스트 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으면 한다"며 "총리님께서 경제와 소통 강조하셔서 기대가 크다. 정부와 경제계 간 성과를 내는 윈윈(win-win)의 파트너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을 비롯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입법 보완 △탄소중립 이행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지원 △불필요한 규제 개선 △중소 수출기업에 대한 물류비 지원 확대 및 세액공제 신설 △중소·중견기업 인력 확보 지원 △50인 미만 중소기업 52시간제 시행 유예 △최저임금 인상 최소화 및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을 건의했다.

김 총리는 "정부가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경제인들에게 여러가지 혼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 사회의 간극을 좁히고 코로나19 이후 회복에서 기업인과 국민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했다.
 
특히 이날 열리는 '5대 그룹 사장단 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가 또 다시 나올 지도 주목된다. 재계 인사들은 각각 문 대통령과 김 총리와의 만남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잇달아 요구한 바 있다.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2일 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경제 5단체장이 (이 부회장 사면을) 건의한 것에 대해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삼성의 이 부회장을 대신해 자리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불확실성이 커진 경제 상황을 언급하며 '사면론'에 힘을 실었다.  

김 총리와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선 대통령과의 오찬 때보다 좀더 적극적인 사면 요구가 나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세계 반도체 시장 동향을 볼 때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우위가 깨질 수도 있다"며 "우리 경제단체들이 연명으로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를 올린 바 있다. 정부의 배려를 다시한번 더 청원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비공개 자리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 문제가 거듭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다급한 심정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총리는 "대통령께 경제계의 건의를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청와대 오찬 당시 문 대통령은 기업·경제계의 고충을 짚은 데 이어 "국민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는 보다 진전된 답변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