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만 되면 '먹통'…고객들 ‘속 터진다’

2008-02-25     이상균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금융권의 전산시스템이 또 다시 장애를 일으켰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 시기가 월요일이라는 것. 신한은행은 25일 오전 10시부터 12시 경까지 인터넷뱅킹의 로그인이 지연되는 장애가 발생했다.

작년 1월부터 현재까지 금융권에서 월요일에 일어난 전산장애 및 지연은 총 8건에 이른다. 이 기간 중 일어난 금융권의 전산장애가 총 16건임을 감안하면, 정확히 절반에 이르는 셈이다.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사고가 월요일에 몰려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월요일이 주말이 지난 후 금융거래가 집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업무처리량이 집중되는 시기라는 얘기다. 이번 사고에 대해서도 신한은행 관계자는 "급여 이체일에다 각종 공과금 납부 등으로 업무 처리량이 몰리면서 오전 10시경부터 일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객들은 이러한 은행들의 처지를 이해해줄 만큼 아량이 넓지 못하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은행들은 동네 구멍가게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3대 은행인 국민, 신한, 우리은행의 총 자산은 모두 200조원이 넘는다. 분기당 순이익만으로 1조원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돈도 많이 벌어들인다. 더군다나 최근 금융자금의 흐름이 증권으로 많이 옮겨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은행에 예, 적금을 하고, 은행에서 공과금을 처리하는 고객들이 상당한 숫자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월요일마다 전산장애가 터지는 것은 통과의례처럼 굳어지고 있다.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런 사고는 은행들이 전산시스템 투자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 언제까지 폭증하는 업무처리량을 탓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전산거래를 막기 위해선 우선 서버 용량을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다. 작년 여름을 전후로 잦은 전산장애에 시달렸던 증권선물거래소의 경우, 추석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서버를 증설하면서 장애를 크게 줄였다.

최근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민원 또는 분쟁 가운데 전산장애로 인한 분쟁이 580.7% 늘어난 810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율은 물론이고, 전체 민원 중 차지하는 비율도 단연 최고다. 그만큼 최근 고객들이 전산장애에 대한 체감온도가 뜨겁다는 방증이다.

잦은 은행권의 전산장애는 고객의 발을 돌리게 만든다. 한번 돌아간 고객의 발걸음을 다시 돌리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은행들이 각종 예, 적금 상품과 펀드판매로 고객확대에 나서는 것뿐만이 아니라, 기존 고객들의 유지를 위해서도 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충실히 해야 하는 이유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