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가 감원 '寒波'…국내銀들은?

2008-02-25     공인호
국내 은행들, 수익성 악화 가능성 '농후'
제도 개선 및 노사 상생 관계 구축 시급
 
지난해 중순부터 시작된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의 구조조정 한파가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도 이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국내 대형 은행들의 경우 예대마진 위주의 영업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여수신 부문에 집중된 인력구조의 전환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또 향후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다는 점도 대대적인 인력감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인력감축 요인 '수익성'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사태로 시작된 미국 및 유럽 등 선진 금융시장의 감원 한파가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폭풍을 비켜간 골드만삭스마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원 한파가 美 금융권 전체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지난 2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골드만삭스가 몇 주 전부터 감원을 하고 있으며 올해까지 1500명의 감원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손실이 거의 없어 이번 감원이 향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선제적 조치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문제는 국내 은행들의 향후 수익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사실 국내 은행들의 경우 서브프라임사태로 인한 손실은 거의 미미한 실정이다.
하지만 수익성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2005년 2.81%에서 지난해 말 2.45%까지 추락했다. 꾸준한 자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됐다는 점은 은행들의 수익원이 점차 고갈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IB부문 및 해외진출을 올해 최대 화두로 제시했지만 이들 부문의 경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결국 한동안은 주택대출과 중소기업대출, 그리고 신용대출에 기반한 수익창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택대출의 경우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중소기업대출도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여의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또 신용대출도 향후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산성 아직 괜찮지만..."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1인당 생산성은 각 은행들의 인력 및 수익구조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1인당 1억2505만원의 평균 순이익으로 국내 은행들 중 가장 높은 생산성을 기록한 외환은행의 경우 여타 은행들과는 달리 여수신보다는 외환과 해외부문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능력에 따른 성과급 체계도 상대적으로 체계적인 편이다.
반면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비정규직 3천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우리은행의 1인당 순이익은 7174만원으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1인당 순이익도 8679만원으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이같은 낮은 생산성의 원인은 수익의 대부분이 개인금융 부문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을 전후로 하나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은행들이 비정규직 직원들 중 상당부문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생산성 하락 압력은 갈수록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예기치 않은 결과도 은행들의 인건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60명의 창구직원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에도 100명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 비정규직이었던 여성 창구직원들이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출산·육아 휴직을 내고 있어 대체 인력 채용이 시급하다"며 "이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은행 노조의 사내복지기금 출연 및 임금인상 등과 같은 무리한 요구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 산업은행 등의 사내복지기금 출연액은 2005년 726억원, 2006년 1326억원, 2007년 1662억원으로 해마다 큰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성과급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민은행은 올초 월급여의 250%에 시간외 수당 70시간 분을 더해 320%를 특별보로금으로 지급했으며, 신한은행도 내달 성과급으로 990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 하나은행도 지난달 2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진출과 IB부문 등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업무에 따른 성과급 제도가 정비돼야 하지만 노조측의 반발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일부 외국계 은행의 경우 호봉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가 파업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