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퇴직연금, 주식시장 활황에 수익률 '방긋'

2021-02-02     박조아 기자
여의도

[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지난해 국내 증시가 호황을 누리면서 증권사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퇴직연금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14개 증권사의 원리금비보장 확정기여형(DC)의 평균 수익률은 15.05%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5.93%) 대비 9.12%p 상승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원리금비보장형 IRP 수익률도 13.65%로 전년(6.72%) 대비 6.93%p 늘어났다.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의 수익률도 2.78%에서 4.90%로 올랐다.

퇴직연금 상품은 운용방식에 따라 크게 DB형, DC형, IRP로 구분된다. DB형 퇴직연금은 개인이나 기업이 맡긴 돈을 외부 금융기관이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다. DC형은 가입한 근로자 개인이 직접 펀드, 예금 등을 선택해 자산을 꾸리는 직접 투자형 방식이다. IRP는 개인형 퇴직연금에 가까운 상품으로 직접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DC와 유사하다.

기업별로는 원리금비보장형 DC수익률에서 한화투자증권이 34.58%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 뒤를 신한금융투자(15.28%), NH투자증권(15.08%), KB증권(14.76%) 등이 뒤를 이었다. 원리금비보장형 DB는 하나금융투자(15.42%), 유안타증권(12.07%), 한국투자증권(7.23%), IRP는 KB증권(17.03%), 한화투자증권(17.01%), 하나금융투자(15.74%) 순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증권사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크게 증가한 것은 지난해 국내증시가 호황을 누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리금비보장형 퇴직연금은 주식을 비롯한 위험성 자산을 담을 수 있는 상품으로 증시가 상승하면 수익률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이 호실적을 거두면서, 시장에 모이는 적립금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1조6530억원으로 전년 동기(37조7738억원) 대비 13조8792억원(38%) 증가했다. 

특히 DC형과 IRP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말 DC형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0조4729억원으로 전년(7조1762억원) 대비 3조2967억원(4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IRP 적립금은 7조4546억원으로 3조2967억원(62.0%) 늘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퇴직연금은 안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투자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증가하면서 직접 투자가 가능한 DC형이나 IRP 같은 연금상품에 관심을 갖는 고객들이 증가했다"며 "자금의 유입으로 퇴직연금의 운용 규모가 커진 것도 수익률의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국내증시는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퇴직연금도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며 "다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퇴직연금의 수익률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퇴직연금은 노후자금 성격이 강한 만큼 직접투자를 하더라도 분산투자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