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차세대 먹거리 'H'(수소), SK E&S가 '주역'

시장선 재무구조 악화 우려

2021-01-15     박시형 기자
SK그룹이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SK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한 '수소' 사업을 사실상 SK E&S가 이끌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SK E&S의 재무구조 악화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1조6000억원을 투입해 미국의 수소업체 플러그파워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수소 밸류체인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SK그룹은 플러그파워의 수소 생산기술과 액화수소 플랜트, 수소충전소 기술 등을 활용해 국내 수소 생태계 구축을 앞당기고, 아시아 주요국으로의 진출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SK E&S는 도시가스 사업지주회사로 출범해 지난 10여년간 LNG의 생산-유통-소비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통합했다. 수소와 LNG의 성질이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SK E&S가 구축해놓은 인프라는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플러그파워의 기술을 적용해 건설한 플랜트에서 수소를 생산하면 SK E&S의 도시가스 배관을 통해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나 수소차 충전소 등에 즉각 공급·사용하는 식이다.

실제로 SK E&S는 2023년부터 석유·화학공장의 생산 공정에서 부가적으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연 3만톤 규모로 공급하고, 2025년부터는 연 28만톤 규모의 친환경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연간 3만톤은 수소승용차(연료탱크 용량 5㎏)를 하루에 약 1만6400대씩 충전할 수 있는 분량이다.

SK E&S가 지난 2019년 투자한 가상발전소(VPP) 사업과의 연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SK E&S는 스위스 투자사 수시(SUSI)와 합작해 미국에 일렉트로즈 홀딩스를 세우고 VPP 사업을 운영중이다. VPP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나 연료전지 발전소 등에서 전력을 모아 흐름을 제어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이 경우 SK E&S는 수소 밸류체인을 활용해 전력을 공급하고 운영까지 할 수 있다.

플러그파워가 미국 수소 지게차 시장을 장악한 것 역시 SK E&S의 수소 밸류체인 확장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SK E&S가 그룹의 수소 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는 건 최근의 인적 변화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SK E&S와 SK건설, SK이노베이션 등 관계사 전문인력 20여명으로 구성된 '수소사업 추진단'을 신설한 바 있다. 초대 단장은 추형욱 SK E&S 대표이사 사장이 맡았다. 추 사장은 임원에 선임된지 3년만에 사장으로 깜짝 발탁된 인물이다.

수소 사업의 재무적 구조에서도 SK E&S의 지분이 상당히 크다. 플러그파워에 투자한 1조6000억원의 절반은 SK E&S가 출자했다. 나머지는 SK㈜가 투입했지만 SK E&S가 2018년 6700억원, 2019년 7300억원, 2020년 9월 5000억원 중간배당을 한 걸 고려하면 사실상 SK E&S 자금으로 투자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SK E&S의 투자가 과도했다며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지난 12일 SK E&S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낮췄다. SK그룹의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배당정책을 유지하면서 신규 투자까지 이뤄져 현금흐름 적자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도 지난해 말 기준 재무안정성 지표가 신용등급 하향조정 커트라인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보유 유동성 축소와 함께 자금 추가 차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신용등급을 조정했다. 무디스는 지난 11일 과도한 투자를 근거로 SK E&S 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3'로 한 단계 조정했다. 지난해 말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BBB'에서 'BBB-'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