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예상대로 기준금리 동결···'이주열의 입'에 쏠린 눈

작년 7월부터 금리동결 지속···코로나·자산시장 과열 고려 파월 연준 의장 테이퍼링 일축 "금리인상 임박하지 않아" 이주열 한은 총재 기자회견 '매파'적 발언 내놓을지 관심

2021-01-15     김희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은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연 0.50%) 동결을 선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주요국도 금리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선뜻 금리조정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은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연초부터 풍부한 유동성으로 촉발된 자산시장 과열 현상을 경고한 이 총재가 한 발짝 더 나아가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견해를 드러낼지 관심이 쏠린다. 

이주열

한은 금통위는 15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0%에서 동결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3월 '빅컷'(1.25%→0.75%)과 5월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기준금리를 끌어내렸다. 이후 열린 금통위(7·8·10·11월)에서는 모두 기준금리가 동결됐고 올해 첫 금통위에서도 같은 수준이 유지된 것이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금리(0.00∼0.25%)와 격차는 0.25∼0.5%p로 유지된 상태다. 당분간 이 격차는 유지될 것으로 분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4일(현지시간) 강연에서 테이퍼링 가능성을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를 올릴 때가 오면 틀림없이 그렇게 하겠지만, 그 시기가 아주 가까운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 시기가 오면 연준은 출구에 대해 빠르고 명확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4∼7일 채권업계 종사자 2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명 가운데 전원(100%)이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인 가운데 초저금리로 가계빚이 급증하고 부동산·주식시장으로 자금쏠림이 가속화 되고 있는 만큼, 금통위로서도 금리를 조정하는데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공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가계 부채는 1682조원으로 국민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서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가 됐다. 3분기말 기준 민간(가계, 기업)의 부채는 GDP의 211%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부채가 전년대비 7% 증가하는 동안 처분가능소득은 0.3% 늘어나는데 그쳐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71.3%로 증가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2년 이후 최고치다. 

한은은 급증하고 있는 가계빚 문제와 실물경제와 자산시장간 괴리에 대해 잇따라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다. 작년 1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금통위원은 "경기회복 기대감과 풍부한 유동성을 배경으로 실물의 회복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 금융 상황이 전개되면서 금융불균형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가계·기업·정부 모두 빚이 쌓였있다. 그 내용도 문제다. 집값이 뛰는 바람에 영혼까지 끌어다 집을 사느라 가계 대출이 늘어났고 전셋값도 덩달아 상승해 전세 대출도 증가했다. 이를 막느라 정부가 주택 관련 대출을 규제하자 신용 대출이 늘고 빚내 만든 돈은 증시로도 쏠렸다. 

이주열

이미 금융시장 관심은 통화정책 관심보다 이 총재의 기자회견에 쏠려 있다. 이미 연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더 유력한 만큼 내달 경기전망을 앞둔 이 총재의 발언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 총재는 신년사에서는 'K자형 경기회복'에 따른 양극화를, 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는 '그레이트 리셋'을 언급했다. 그레이트 리셋은 올해 금융리스크가 본격화될 수 있는 만큼 모든 것을 재설정하는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대목에서 나왔다.

금융불균형에도 '빨간불'을 켰다. 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이 총재는 또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실물간 괴리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금융시스템의 취약부문을 보다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위기 후유증으로 남겨진 부채문제 뿐 아니라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쏠림 등 해결해야 할 현안도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물가상승률이 회복되고 있지 않다는 점과 더불어 고용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총재가 당장 매파적 발언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른 내수와 심리 지표 하락으로 완화적 기조는 유지하겠으나,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00%를 상회하는 등을 감안하면 금융안정에 대한 강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