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깜짝' 부회장···포스트 尹 '양종희-허인-이동철' 레이스

KB계열사 10곳 중 7곳 CEO 8명 재신임···"변화보다 안정" 양종희 '유리한 고지'···'3연임' 허인·이동철 '존재감 충분' 증권 박정림·김성현 나란히 연임···손보 대표 김기환 CFO

2020-12-18     김현경 기자
(왼쪽부터)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가 신설된 KB금융그룹 부회장에 깜짝 발탁되면서 차기 후계(회장)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서 사실상 그룹 내 2인자 자리에 위치한 허인 KB국민은행장과의 후계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까지 3연임에 성공함으로써 후계구도의 밑그림은 큰 틀에서 3파전 양상으로 만들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KB금융지주 부회장직에 오르게 된 양 대표는 오랜기간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인물이다. 국민은행에 입행해 KB금융지주에서 전략기획 등을 담당한 양 대표는 그룹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주에서 전략기획을 담당(상무)하며 LIG손해보험 인수를 진두지휘한 성과로 전무를 건너뛰고 부사장에 오르는 파격 승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현재 LIG손해보험은 KB손보로 탈바꿈한 뒤 그룹의 핵심 수익원을 담당하는 계열사로 자리를 잡았다.

양 대표와 허 행장은 인사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번번이 '포스트 윤종규'로 거론되고 있다. 두 대표 모두 1961년생으로 나이가 같고 입행 시기도 1년 차이로 크지 않다. 더구나 두 사람 모두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역량을 인정받고 있어 '용호상박'이라는 평가가 적절할 것 같다. 지난달 3연임에 성공한 허 행장은 그룹을 리딩뱅크로 올려놓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또 KB손보 대표로 이동한 김기환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부사장은 그룹 내에서 재무·리스크·홍보·HR(인사)·글로벌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다. 보험업황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계열사인 KB손보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다.

김 부사장이 일찌감치 주력 계열사인 KB손보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데는 허인 행장과 같은 장기신용은행 출신이라는 점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룹내 소수인 장기신용은행출신으로서 허 행장 체제하에서 당분간 운신의 폭이 제한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서다.    

KB금융의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18일 10개 계열사 중 7곳의 임기가 만료된 CEO 11명(KB증권 공동대표) 중 8명을 유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우선 윤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음에도 라임펀드 사태 등으로 연임이 불확실했던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가 나란히 재신임을 받았다. 라임펀드 사태에 따른 사후처리 등을 염두에 둔 인사로 보인다.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던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도 '2+1년' 임기 관례를 깨고 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앞으로 전개될 후계 경쟁구도의 한 축으로서 그 존재감은 충분하다. 

KB금융은 이번 인사를 통해 코로나19·저성장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던 수장들을 모두 유임시키며 '변화보단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10개 계열사 중 △KB증권 △KB국민카드 △KB캐피탈 △KB자산운용 △KB생명보험 △KB저축은행 △KB인베스트먼트 등 7곳의 대표이사가 유임됐다. 모두 1년의 임기를 부여받았다.

대표가 교체되는 곳은 △KB손해보험 △KB부동산신탁 △KB신용정보 등 3곳뿐이다. KB손보는 김기환 KB금융 CFO가, KB부동산신탁은 서남종 KB금융 CRO, KB신용정보는 조순옥 국민은행 준법감시인이 선임됐다. 임기는 2년이다.

앞서 언급한 KB국민카드 이 사장은 해외 진출과 자동차 할부금융 확대 등으로 실적이 개선시키는 등 좋은 성과를 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12.1% 오른 163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으며 시장점유율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 사장이 그룹 차원의 신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연임된 것으로 관측된다.

신규 선임된 서남종 KB부동산신탁 후보자는 부동산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물로 영업 및 리스크관리 역량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영업·재무·리스크관리 등 풍부한 영업현장 경험과 폭넓은 금융 전문성을 바탕으로 그룹 내 핵심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안정적인 조직관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KB신용정보는 규제환경 변화에 대비해 그룹 내 기반사업(Share Infra)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조순옥 국민은행 준법감시인을 후보로 선정했다. 조 후보는 그룹 내 여성임원으로 지역영업그룹대표 경력 등 영업현장 경험이 풍부하다. 특히, 은행 준법감시인 시절 정도영업 내재화를 통해 은행의 호실적을 지원했다.
 
대추위 관계자는 "디지털 트렌드와 저성장 구조가 일상화되는 환경에서 고객 중심의 디지털 혁신 본격화 등을 통해 지속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검증된 역량을 보유한 리더그룹 형성에 중점을 두고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임기간 중 경영성과, 중장기 경영전략 등 추진력,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변화혁신 리더십 등을 종합 검토해 대표이사 후보로서의 적정성을 면밀하게 살펴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