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전기차 화재 '미스테리'···추정원인 '분리막', 왜 특정사에만?

LG화학-도레이·상해은첩, 삼성SDI-아사히카세이·도레이 공급 자회사 IET서 공급받는 SK이노베이션, 아직 화재 발생 '전무'

2020-10-23     박시형 기자
17일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국토교통부가 전기차의 연이은 화재 원인으로 추정한 '분리막'에 대해 업계는 "제조 노하우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는 자회사인 SK IET에서 공급받는데 비해 화재 우려가 제기된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는 분리막을 외부에서 공급받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 코나EV는 출시 이후 최근까지 총 14건의 화재를 일으켰다. 국토부는 배터리 셀 제조 불량, 그 중에서도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내부 합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제너럴 모터스(GM) 쉐보레 볼트EV도 화재가 3건 발생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17~2020년형 볼트 7만7842대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들에도 화재 가능성이 제기됐다. NHTSA는 BMW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 화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셀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BMW는 거의 모든 PHEV 차량인 2만6900여대를 리콜했다. 포드도 쿠가 PHEV 등 차량 2만여대에 대해 리콜하기로 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공통적으로 외부에서 분리막을 공급받아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LG화학은 일본의 도레이, 중국 상해은첩 등과 협약을 맺고 분리막을 공급받는다. 삼성SDI도 일본의 아사히카세이, 도레이 등에서 분리막을 공급받고 있다.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가 직접 닿아 과반응·화재가 발생하는 걸 막는 안전판 역할의 중요한 소재다. 현미경으로 확대해보면 미세한 구멍이 뚫려있어 리튬이온만 통과할 수 있다.

제조과정은 단순하다. 원재료 덩어리를 투입해 롤러 등으로 얇게 편 뒤 상하좌우로 잡아당기면 완성이다. 이는 건식 분리막 제조 공정으로 최근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원료에 오일 등을 첨가해 분리막을 제조한 뒤 오일 제거, 세라믹 코팅 등 후처리를 하는 습식 분리막 제조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오일이 분리막에 균일하게 박혀있다가 제거되면 그 자리에 구멍이 생기는 식이다. 세라믹 코팅을 하게 되면 배터리 온도가 높아지더라도 변형이 생기지 않아 좀 더 안전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분리막 제조 공정이 굉장히 단순해보이지만 운용 과정의 미세한 차이가 결과물에는 큰 차이로 나타난다"며 "운용하는 사람의 노하우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미세 구멍을 균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한 힘으로 잡아당겨 분리막에 오일을 잘 분포시키는 게 관건인데 운용자의 노하우가 없으면 대번에 품질이 떨어진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일본산 장비를 설치하고 최종점검을 할 때 기술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장 곳곳을 차단막으로 가렸다. 자회사인 SK IET에서 생산한 분리막을 공급받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는 아직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분리막의 구멍 크기가 균일하지 않으면 이온이 몰리거나 통과할 수 없어 배터리의 출력이 일정하지 않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또 상대적으로 큰 구멍을 통해 양극재나 음극재가 이동해 닿으면서 화재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분리막이 너무 앏으면 작은 충격에도 쉽게 파손돼 화재가 발생할 수 있고, 너무 두꺼우면 안전하긴 하지만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효율이 떨어진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일본의 분리막 제조업체는 구매자가 필요에 의해 생산과정에 추가로 요청하는 부분을 잘 받아들이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며 "중국 제조업체들은 이제 기계를 들여와 생산을 시작했기 때문에 구매자의 요청대로 만들어주긴 하지만 아직 운영 노하우가 부족해 품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LG화학에 분리막을 납품하는 중국 상해은첩의 경우 건식 분리막을 제조해오다 최근 습식 제조공정으로 분리막을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전기차 화재 원인이 배터리 셀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배터리 셀 불량이 화재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며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발표"라고 말했다.

삼성SDI 측도 "설계 결함이건, 제조 결함이건 어떤 이유라도 무조건 화재는 화학 소재들이 한 데 모여있는 배터리 셀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며 "배터리 분리막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