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李 보기드문 '밀월무드', 왜?

2007-12-29     박민규
'특검' 당사자들 간 '동병상련'?…"'전통'으로 자리잡았으면..."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 대통령 선거이후 정권인수인계 기간이 시작되면서, 현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 간 '부드러운'(?) 무드가 조성되는, 과거 우리 정치사에서는 보기드문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정권 연장이 아닌, 정권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풍경이어서 극히 이례적이다. 선거전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된 '검증공방'으로 범여권과 이 당선자간 정서적 갈등의 앙금이 채 가라앉기도 전이어서 더더욱 그렇다. 물론, 노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정치적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의 당원 신분은 아니지만.  

28일 청와대에서 있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간 2시간여의 만찬장은 그야말로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전임 대통령을 예우하는 전통'을 강조하고, 노 대통령은 '당선자가 윗 분'이라고 덕담을 주고 받은 대목은 단순한 덕담 수준을 넘어서는 의미있는 언급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반응이다.

이와 관련,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아 보기 어려운 '특검정국'이 만든, '특별한 밀월무드'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삼성비자금 특검'과 무관치 않고 이 당선자는 '이명박 특검'의 당사자다.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가 모두 특검의 대상이 된, 기이한 상황이 두 사람간 '밀월'분위기를 조성하게 만든 기본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일종의 '동병상련'이라는 것.

이런 가운데, 이 당선자는 이튿날인 29일 현 정부를 향해 듣기 좋은 소리를 또 한번 했다. 정권인수와 관련 "(참여정부가) 지난 5년 동안 한 업무를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볼 필요는 없다"고 밝힌 대목이 그것이다.

이 당선자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첫 워크숍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당선자는 "잘못된 것도 보는 사람의 견해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며 "선입견을 갖고 시작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의 이같은 객관적 참여정부 평가 주문은 '원론적인 언급'으로 의미를 제한해서 볼 수도 있겠지만, 전날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아무튼,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청와대의 새주인(당선자)과 이제 청와대를 떠날 사람(노무현 대통령) 간 이같은 '보기 좋은 분위기'는, 그 전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도 '보기 좋게' 비쳐지고 있는 듯하다. 미국 등 정치 선진국이 대부분 그렇듯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다수인 것 같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