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물리II 문제 복수 정답 '논란'…또 '소송사태'?

2007-12-22     박민규
물리학회, "정답 2개"…평가원, "정답 이상 없다"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지난달 대입수능시험에 출제된 물리 과목의 한 문항에 대해, 한국 물리학회가 이미 대입 정시모집이 시작된 상황에서 '정답이 2개'라는 입장을 밝혀 큰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등급제 수능' 파동이 결국 소송으로 비화된 데 이어 특정 시험문제의 정답논란마저 법정으로 갈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올해 수능이 각종 시비로 얼룩지고 있다.

오답 논란이 된 문제는 수능 과학탐구 물리 II 11번 문항.
이상기체의 압력과 부피, 온도의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보고 옳게 설명한 것을 고르는 3점짜리 객관식 문제다. 이 문제는 그러나 이상기체가 원자 하나로 이뤄진 단원자 분자인지 아니면 여러 개로 이뤄진 다원자 분자인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단원자 이상기체의 경우는 (ㄴ)과 (ㄷ)의 설명이 맞기 때문에 답은 4번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4)번을 정답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문에 이상기체라는 말만 있을 뿐 단원자라는 조건이 빠졌다는 것.
다원자 이상기체의 경우는 (ㄴ)의 설명이 틀리기 때문에 (ㄷ)의 설명만 옳다고 한 (2)번이 정답이다.
수험생의 의뢰를 받은 한국물리학회는 오늘 이 문제를 검토한 뒤 (2)번과 (4)번 모두 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구 한국물리학회 회장은 "단원자 분자 이상기체라고 생각하면 현재대로 4번 답이 맞지만, 만약 그것이 다원자 분자라고 생각한 학생 입장에서는 4번 답은 틀리고 2번 답이 맞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리학회는 특히 이상기체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 수준이 다르고 문제가 명확하지 못했던 만큼 (2)번이 틀렸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능을 출제했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2일 긴급대책회의에서 이미 발표된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했다. 불과 1점 차이로 수능 등급이 바뀌는 마당에 해당 수험생들의 집단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다시 한번 문제에 대해 검토한 결과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물리학회가 제기한 다원자 분자 개념은 고등학교 수준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이명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처장은 "이상기체를 단원자 분자와 다원자 분자로 구분하여 내부 에너지를 구하는 것은 제7차 물리II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벗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항의 정답은 4번으로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고교 교육 과정과 내용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수능 출제 원칙에 따라 이상기체라 함은 단원자분자를 가정한 것이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과서 기술 내용 및 학습 가능성에 비추어서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현행 물리II 교과서 9개 가운데 2개에는 다원자 분자 개념이 참고자료로 제시돼 있다. 또, 물리학계를 대표하는 한국물리학회가 공식적으로 이의 제기를 한 만큼 수험생들의 집단소송 등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점 차에 수능 등급이 뒤바뀌는 마당에 3점짜리 문제인 만큼 대학 선택과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학년도 물리 2과목에는 1만9597명이 응시했고, 이 가운데 991명이 1등급을 1290명이 2등급을 받았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