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폭락장' 자사주 매입···'책임경영' CEO들 중간 성적

현대차그룹 정의선 '통 큰' 베팅에 평가익 267억 롯데 신동빈, 연봉 절반 투입 수익률 84% '으뜸' 우리금융 손태승, 두 차례 매입 '아직 재미 못봐' 한국금융 김남구, 평가익 42억·이익률 48% '쏠쏠'

2020-05-10     김태동 기자
사진=각사

[서울파이낸스 김태동 기자] 지난 3~4월 '코로나 폭락장'에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섰던 국내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책임자(CEO)들의 투자 성적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증시가 회복세를 탔기 때문인데, 수백억대 평가익을 올린 CEO도 눈에 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 23∼27일(이하 결제일 기준) 장내 매수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으로 이달 8일(지난주 말) 기준 267억원의 평가익을 거뒀다.

정 부회장이 매입한 주식은 현대차 58만1천333주, 현대모비스 30만3천759주. 공시된 평균 취득 단가는 현대차 6만9천793원, 현대모비스 13만5천294원. 이같은 취득 단가를 감안한 매입액은 현대차 406억원, 현대모비스 411억원 등 총 817억원이다.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서 이달 8일 종가는 현대차 9만4천500원, 현대모비스 17만6천원까지 올랐다. 정 부회장이 3월에 매입한 주식의 평가액은 1천84억원이며, 이익률은 32.7%에 달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올랐으며, 올해들어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을 맡으면서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체제'를 확고히 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도 3월 23∼24일 회사 주식 26만3천주를 약 86억원에 매수했는데, 주가가 올라 평가액은 128억원으로 늘었다. 평균 매입 단가는 주당 3만2천623원. 주가가 4만8천500원으로 올라 평가이익은 42억원, 이익률은 48.7%에 달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월 20일 연봉의 절반에 달하는 10억원을 롯데지주 주식 4만7천400주를 장내 매수하는데 썼다. 취득 당시 2만1천52원이었던 주가가 3만8천750원으로 상승했고, 8억여원에 달하는 평가이익을 올렸다. 특히 84.1%에 달하는 이익률로, 같은 기간 자사주를 매입한 CEO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면 같은 기간 자사주를 매입했다가 재미를 보지 못하거나 되레 손해를 본 CEO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진행중인데다, 중간 평가라는 점에서 평가익과 평간손 모두 그 의미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3∼4월 두 차례에 걸쳐 회사 주식 1만주를 약 8천600만원에 취득했다. 이후 주가흐름이 좋지 않아 평가액은 약 8천100만원에 그치고 있다. 평가손실 500여만원에 5.9%의 손실률을 기록 중이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같은 기간 1만5천주를 7천700만원에 매수했는데, 평가액은 취득 당시와 거의 동일한 상태다.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지난 3월 회사 주식 4만3천700주를 약 8천100만원에 매수해 현재 평가액은 8천400만원이며, 이익률 3.5%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침체에 빠졌을 때 자사 주식을 매입한 CEO 가운데 대부분이 평가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최근 증시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가능했다. 코스피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 공포로 급락해 1,500선이 무너졌다가 이후 국내 확진자가 감소세에 접어들면서 4월 말 1,900선을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