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초강력 양적완화에도 韓 금융시장 '미지근'…왜?

코스피 1.1% 하락 마감…1700선 또 붕괴

2020-03-26     김희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첫 양적완화에 나서는 등 각종 경기부양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금융시장 반응이 시원찮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우려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하루 만에 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해 1230원을 웃돌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달러 강세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26일

26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52p(1.09%) 내린 1686.24로 마감했다. 전날 종가 기준 5.89% 급등하며 회복했던 1700선이 하루 만에 다시 붕괴된 것이다. 전장 대비 5.65p(0.33%) 내린 1699.11로 출발한 코스피는 우하향 곡선과 우상향 곡선을 번갈아 그렸다. 

한은이 사실상 양적완화 조치인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 정책을 발표하고, 미국 상원의 2조2000억달러(약 2700조원 규모) 규모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 중 최대 30.99p(1.82%) 오른 1735.75선까지 치솟았지만 장 막판 상승폭을 줄이다 결국 하락 마감했다.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강도는 거세지고 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534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16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계속한 것이다. 지난 16거래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의 누적 순매도액은 10조7380억원에 달했다. 기관도 2139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지우며 지수 하락에 일조했다. 반대로 개인은 716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아시아 증시는 혼조 양상이었다. 이날 일본 증시에서 토픽스 지수는 전장보다 1.78% 하락했고 닛케이225지수는 4.51%나 내렸다. 중국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도 각각 0.60%, 0.80% 빠졌다. 반면 대만 자취안 지수는 0.95% 올랐고 호주 S&P/ASX200 지수도 2.31% 상승했다.

외환시장은 소폭 상승했다(원화 가치 하락).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9원 오른 1232.8원에 종가를 찍었다. 전장과 비교해 3.9원 내린 1226.0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한은의 RP 무제한 매입 발표가 나온 직후 1223.1원까지 내렸다. 하지만 코스피가 반락하면서부터 오르기 시작해 1230원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채권금리 하락은 채권값 상승을 의미한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6.4bp(1bp=0.01%p) 내린 연 1.067%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1.502%로 14.5bp 하락했다. 5년물과 1년물은 각각 12.3bp, 1.8bp 하락한 연 1.285%, 연 0.995%로 마감했다.

26일

국내를 비롯한 전세계에서 유례없는 경기 부양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아직 큰 상황인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정·사회 지원정책은 나올만큼 나왔음에도 시장 심리는 리스크 오프(위험 회피) 그대로다. 코로나19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투자·소비 등 경제활동의 '일시 멈춤' 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어서다.  

이응주 DGB대구은행 차장(수석 딜러)은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의 역할까지 떠안은 상태지만 (이 같은 정책 결단에도) 침체된 경제·경기를 연명해주는 효과밖에 낼 수 없다고 본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코스피와 코스닥도 기술적인 반등과 반락을 계속할 뿐"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떠나고 있다. 저가매수를 위해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라 본격적인 상승장을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