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한' 카카오, 한진칼 지분 일부 처분···한진 주총 변수되나

"금융시장 불확실성 대응···경영권 분쟁서 중립" 입장

2020-03-16     주진희 기자
16일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알려진 카카오가 보유 중이던 한진칼 지분 일부를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 회장 측에 맞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주주연합'이 다가오는 정기 주주총회 이후 장기전에 대비해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있어 카카오의 지분 매도가 향후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 구도에서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16일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한진칼 지분 일부를 매각해 지분율을 1% 이하로 떨어뜨렸다. 다만 구체적인 매각 규모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확산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여러 비핵심자산 매각했다"며 "세부 매각내역을 공개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1%가량을 매입을 시작으로 올해 초 1%를 추가 매입해 2%를 보유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지속적으로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이 심화되는 시점에 카카오가 지분을 매입하자 재계 안팎에서는 조 회장 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지원사격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KCGI 측에서 김범수 이사회 의장을 만나 3자 연합의 지지를 요구하는 등 카카오의 지분이 주목을 받자 김 의장이 난감해하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중립을 지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측은 지분을 매입했던 것은 사업적 차원일 뿐이라며 한진그룹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나 백기사 등의 역할을 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한진그룹 지분율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양측 모두 주총 이후의 장기전 대비에 나선 가운데 당초 우군으로 분류됐던 카카오(2%)를 제외하면 조 회장 측은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 지분(22.45%)과 델타항공(14.9%), GS칼텍스(0.25%) 등을 확보한 상태다.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가 의결권 행사를 놓고 안건별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으나 이들이 보유한 3.8%는 조 회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조 회장 측의 지분은 41.4%로 추정된다.

이에 맞서는 3자 연합은 조 전 부사장(6.49%), KCGI(17.84%), 반도건설 계열사들(13.30%)을 더해 37.63%의 지분을 확보했다. 여기에 KCGI가 지난 12일 0.58%의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집한 데 이어 반도건설도 13일 0.66%를 더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KCGI와 반도건설은 19~20일 지분 변동 내역을 공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