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 빚 1600兆···증가율 16년來 '최저'

한국은행 '2019년 4분기 가계신용' 발표 부동산 시장 안정화·신예대율 규제 영향

2020-02-25     김희정 기자
표=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지난해 말 가계부채 잔액이 1600조원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정부의 전방위적 가계부채 안정화 대책 영향으로 증가율과 증가규모가 전년 대비 1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오는 27일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금리인하 압박이 거센 가운데, 가계부채 둔화세가 금리인하를 부채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9년 4분기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600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3조4000억원(4.1%) 증가했다. 한은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역대 최대다. 가계신용은 가계부채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금융회사에서 빌린 대출(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이다.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로 늘었지만 증가율과 증가규모 모두 2003년 4분기(1.6%)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전년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6년부터 한자릿수로 줄면서 3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가계부채 증가속도 둔화는 계속된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과 신예대율 규제 등 정부 및 정책당국의 전방위적 가계부채 안정화 정책 시행에 따른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증가율(4.1%)은 전분기(3.9%)대비로는 소폭 상승한 것으로 2016년 4분기(11.6%) 이후 11분기 연속 둔화세가 지난 분기 들어 다소 주춤해진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초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의 영향은 이번엔 반영되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면서 "주택거래가 이뤄졌을 때 중도금, 잔금 등 주택거래 시차가 2~3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2분기 정도에나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히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소득 증가속도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자금순환표 기준으로 3분기말 현재 96.6%를 기록해 전기(95.6%) 대비 1% 상승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3% 이상 하회하는 것이다.

한은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위험수위인지에 대한 판단도 보류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가별로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인지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금통위에서 코로나19로 금리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 가계부채 둔화세에 대해 섣불리 판단할 경우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작년 4분기 증가율이 이전 분기들보다 확대되면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다시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부문별로 보면 4분기말 가계대출 잔액은 1504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7조8000억원(4%), 전분기 말보다 23조원(1.6%) 각각 늘었다 이 가운데 주택대출(842조9000억원)이 전분기 대비 12조6000억원 늘었고, 기타대출(661조6000억원)은 10조4000억원 증가했다. 

예금취급기관(예금은행+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1084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17조5000억원(1.6%) 늘었다. 구체적으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67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7조원 늘었다. 증가액 가운데 주택담보대출(534조원)이 전분기 대비 10조7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잔액은 316조3000억원으로 전분기(-1조9000억원) 대비 5000억원으로 증가 전환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감소폭(-2조4000억원)이 전분기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기타대출의 증가폭(5000억원→6조3000억원)이 확대되면서 증가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420조5000억원으로 전분기(-3조3000억원) 대비 5조5000억원(1.3%) 증가 전환했다. 주택담보대출 및 기타대출이 모두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작년 4분기 가계신용 증가규모는 27조6000억원으로 전분기(15조8000억원) 및 전년 동기(22조8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예금은행은 전분기말 대비 17조원,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은 5000억원, 기타금융기관 등은 5조5000억원 각각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