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설명없는 부동산PF 규제에···증권업계 '한숨'

2020-01-09     박조아 기자
여의도

[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증권사들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증권업계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증권사에 대해 부동산PF 보증한도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한데 이어, 이달에는 특수목적법인(SPC) 및 부동산 관련 법인을 PF 보증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제를 연이어 강화하면서도 금융당국은 제시한 기준에 대해서는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금융투자업계 CEO 간담회에서 "투자은행(IB)의 신용공여(대출) 대상으로 규정된 중소기업의 범위에서 특수목적법인(SPC)과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증권사의 경우 SPC에 5조원 이상이 대출됐고 이 중 약 40%가 부동산 분야에 제공되고 있다"며 "중소기업에 공급돼야 할 자금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 등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당국은 지난해 말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규제안을 발표한 바 있다. 동산 PF 익스포져에 대한 건전성 관리 방안을 확정하고 채무보증 취급한도 관리 규율 도입, 채무보증 관련 유동성 리스크 강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부동산 PF 대출 확대를 차단키로 했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부동산 규제 강화는 저금리 기조와 글로벌경제의 불확실성에 모험자본이 부동산에 과도하게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당국의 제제 강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브로커리지와 기업금융의 수익성 하락에 부동산 부문을 강화해온 증권업계 입장에서는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의 위험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지난해 말부터 연달아 규제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증권사들의 실적에서 부동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만큼 증권사의 성장에 영향을 줄 것"고 말했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PF규제 강화가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올해부터 일 것"이라며 "그 동안 증권사는 은행이나 보험 등이 위험성 때문에 담지 못했던 PF에 투자해 왔지만, 규제가 강화된다면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PF에 대한 의존도가 큰 곳들을 제외한다면, 이러한 규제 강화는 증권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부분에 대해서는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이번 정부의 PF 규제는 부동산 투자쏠림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생산적 분야로 자금 물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하면서도 부동산PF 규제 완화를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로 꼽았다. 이어 정부의 고강도 규제정책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리스크관리를 철저하게 해오고 있고 부실화 정도도 굉장히 낮은 기업의 영업행위에 지나친 제한을 두는 것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라며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당국의 과도한 규제를 막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것 처럼 금융당국과 잘 조율해 업계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