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금감원 '주연'·신한은행 '조연'···불편함은 소비자 '몫'

금감원, 대포통장 절감조치 요구···신한은행, 금융거래 제한 2중 한도계좌 도입···신규→일반 계좌 전환 최장 1년 3개월 은행권 "고객 편익 판단 없이 당장 급한 은행 입장만 생각"

2019-12-27     박시형 윤미혜 기자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윤미혜 기자] 신한은행이 신규로 개설한 계좌에 대해 2중으로 금융거래 한도제한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규 계좌를 일반 계좌로 전환하려면 빨라야 9개월, 길면 1년 3개월까지도 기다려야 합니다.

금융감독원이 신한은행에 대포통장이 많아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고객 불편은 뒷전으로 둔 채 제한 조건을 추가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대응한 겁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상반기 금감원으로부터 보이스피싱 사기에 이용된 계좌가 전반적으로 늘어가고 있으니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을 구두로 전달 받았습니다.

이에 대응해 지난 8월부터 신한은행은 관련 지침을 만들어 적용했습니다. 바로 '금융거래 한도계좌 1,2' 입니다.

금융거래 한도계좌는 대포통장이 개설돼 금융사기에 이용되는 걸 막으려고 은행권에서 도입한 제도입니다. 계좌를 새로 만들면 창구에서는 하루 100만원까지, 자동화기기(ATM)에서는 30만원까지만 찾을 수 있습니다. ATM이나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한 계좌이체도 하루 30만원까지로 제한됩니다.

한 번에 이체할 수 있는 금액이 적어 금융사기 등 범죄에 활용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대신 이용자들도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은행들은 계좌개설자의 신원이 분명하거나(재직증명서 제출 등) 계좌 개설 목적이 분명할 경우(급여 이체, 공과금·카드 대금 납부 등) 지점과 직원 등의 판단에 따라 일반계좌로 전환해줍니다. 조건만 다 갖췄다면 계좌개설 당일에도 바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도계좌 2' 조건을 추가했습니다. △급여입금 12개월 △가맹점 결제계좌 6개월 △신용카드 실적 6개월 등 조건을 1가지 이상 만족해야 일반계좌로 전환됩니다. 이 기간동안에는 창구 인출 500만원, ATM·인터넷·모바일 인출·이체 150만원으로 이용한도가 제한됩니다.

기존에 비해 이용한도가 소폭 늘어나긴 했지만 자금이체가 몰려있는 월말이나 월초에 자칫 금융거래가 멈춰버릴 수도 있습니다. 신한은행 고객이라는 이유로 다른 은행에서는 겪지않을 불편을 최고 1년이나 더 견뎌야 하는 겁니다. 

'한도계좌 1'의 조건이 △급여입금 3개월 △가맹점 결제계좌 3개월 △신용카드 실적 3개월 △협약 체크카드 실적 3개월 △기타 목적부합 실적 3개월임을 고려하면 신규 계좌가 일반계좌로 전환되는데 걸리는 기간은 9개월~1년3개월 입니다.

이 때문에 대형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신한은행 한도계좌 제도로 인해 생겨난 문제와 한도계좌를 해제하는 방법 등이 공유되는 실정입니다.

신한은행 직원들조차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품습니다. 한 지점 직원은 "신분증만 제시하고 소득증빙 등이 어려워 계좌 개설 목적이 불분명할 땐 제한하는 게 맞지만 기업 고객이나 재직증명이 확인된 고객까지 이렇게 제한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우리도 계좌 수를 늘려야 하는데 골치아프다"고 말합니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당장의 난관을 피하기 위해 은행이 짊어져야 할 책임을 고객에게 전가했다고 지적합니다. 금감원에서 의견이 전달됐을 때 실태와 맞지 않았다면 소통을 통해 고객들이 불편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다른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었을텐데 '계좌개설 조건 강화'라는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는 겁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원이 한도계좌를 일반 계좌로 전환할 때 대포통장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며 "그래도 고객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창구 직원과 해당 지점이 책임지겠다는 생각으로 전환한다"고 설명합니다.

다른 관계자도 "신한은행이 고객 불편보다 자신들의 입장만 먼저 생각한 걸로 보인다"며 "금감원에 납득할만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신한은행이 금감원의 지적사항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신한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은 이미 대포통장 감축을 위해 IT인력을 늘리고, 전문 대응팀을 신설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금융사기를 예방할 수 있도록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도 운영중입니다.

은행권 또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공문이든 구두로든 지적사항을 전달했는데 이를 무시했다가 차후 대포통장 등으로 인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은행 제재 등 그 여파는 훨씬 커지게 될 것"이라며 "신한은행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한은행 측은 "거액의 이체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의 타이트한 조건을 유지하면서 고객들의 불편도 해소하기 위해 중간과정을 만든 것이고 고객 보호 차원"이라며 "금감원과 고객 양쪽 의견을 다 받아들인걸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