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가보지 않은 길 '기준금리 1%' 문턱서 멈칫···연 1.25%

경제성장률 전망 '관전 포인트'···내년 1분기 금리인하 가늠자

2019-11-29     김희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동결을 택했다. 이미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해 사상 최저치로 끌어내린 상황이다. 기준금리 연 1%의 '가지 않은 길' 초입에서 한은도 장고(長考)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미 금융시장에선 금리동결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한은이 함께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 더 관심이 쏠린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제시할지, 또 내년 경제에 대해 어떤 수치와 전망을 내놓을지가 이달 금통위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29일 한은 금통위는 서울 태평로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묶었다. 금통위는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 7월, 10월 기준금리를 0.25%p씩 내려 역대 최저로 운용하고 있다. 금리를 내린지 한 달밖에 되지않은 데다 뚜렷한 경기회복 시그널도 나오지 않고 있어 인하효과를 지켜보면서 추가 금리조정 시기를 저울질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첫 금통위는 1월 17일 열린다. 

시장에서 이달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은 일찌감치 사그라든 상태였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4~20일까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99%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금리인상을 예측한 전문가는 0%, 금리인하는 1%에 불과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 없는 실효하한을 시장에서는 0.75~1.00%로 추정한다. 현 기준금리가 1.25%라는 점을 고려하면 0.25%p씩 두 차례 인하 스텝이 남았다. 연 1% 가지 않은 길 까지는 1번의 금리인하 카드가 남았다. 금통위로서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몇 명까지 나올 것인가에 관심이 모인다"고 했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만장일치 동결 또는 1~2명 금리인하 소수의견이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는 4명이 금리인하를 주장했는데, 만약 이달 금통위에서 2명의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할 경우 내년 1분기 추가 인하에 대한 강한 시그널로 해석해야 한다. 

이주열

가장 큰 관심사는 금통위 직후 발표될 수정 경제전망이다. 일단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7월 제시한 2.2%에서 0.2~0.3%p 하향조정될 전망이다. 2%대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경기가 저점을 찍고 미세하게 회복했다고 보는 쪽은 그래도 한은이 2%대를 수성할 것이란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 10월 2.0~2.1% 수준으로 잡은 만큼 한은이 1%대 성장률을 제시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다만 경기 둔화를 아직 현재진행형으로 보는 쪽은 한은이 올해 1.9%까지 전망치를 낮출 수 있다고 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 2%달성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2%에 못 미쳤던 적은 한국전쟁 직후 농산물 흉작 피해가 극심했던 1956년(0.7%), 제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7%),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친 2009년(0.7%) 등 4차례에 불과하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2.5%에서 2.2~2.3%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숫자가 나오 든 올해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앞서 한은이 추정한 잠재성장률 수준(연 2.5~2.6%)을 올해와 내년 모두 충촉시키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필요성이 강화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추가 금리인하와 신산업 규제혁파, 노동 및 공공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커질 전망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 초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국내 경제의 구조적인 성장둔화 문제 등으로 이미 정부가 경기부양 총력전을 선언했다"면서 "이에 따라 재정정책에서 슈퍼예산 편성과 함께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정책공조 차원의 추가 금리인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