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논란···해결책은 '오리무중'

임대주택법 '분양전환가 산정기준', 명확한 기준 없어 "서민주거안정 취지 따라야" vs "원칙 흔들려선 안돼"

2019-08-29     박성준 기자
전국LH중소형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 방식을 두고 입주민과 정부 간 극심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당초 의도대로 주거복지에 집중하라는 의견과 계약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성남시의회는 전날(28일) 제2차 본회의에서 '10년 공공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 산정기준' 개선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감정평가액 적용을 폐기하고 적정한 산정기준을 위한 대책 및 지원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일대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입주민들이 지난 7월부터 분양전환 시기를 맞이하면서 집값 상승 부담에 대한 불만을 꾸준히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10년 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서민을 위해 10년 임대 후 기간 만료 시 임차인에게 우선적으로 분양권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지난 7월 원마을 12단지(428세대)를 시작으로 산운마을 11·12단지(1014세대), 봇들마을 3단지(870세대), 백현마을(34세대) 등이 올해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다.

핵심 쟁점은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을 어떻게 적용하는가다. 현행 임대주택법에 따르면 임대기간 만료 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분양전환가 산정 기준은 '감정평가액을 초과할 수 없다'는 상한선만 규정돼 있다.

입주민들은 감정평가액 산정 기준을 조성원가·감정평가액 평균으로 산정하거나,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4일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광장에서 16번째 대규모 집회를 이어갔다. 김동령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회장은 "10년 임대주택의 경우 '내 집 마련'에 목적을 두고 있음을 공공주택 특별법에도 명시돼 있다"며 "앞서 분양전환한 민간임대의 경우에도 최초 분양가인 '확정분양가'로 전환된 사례가 많지만, 유독 LH에서 시세감정가를 고집하면서 분양가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9일 판교신도시 부영아파트(371세대)는 성남시가 광영토건의 분양전환 신청을 승인했고, 이는 판교지역 내 10년 임대의무기간이 도래해 분양전환된 첫 사례다. 특히 이 단지는 10년 전 입주 당시 전용면적 81㎡는 2억1000만원대 수준이었지만, 현재 분양전환 가격은 5억7455만~6억502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약 2.5배 집값이 상승했다.

그러나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미 입주 당시 맺었던 계약을 소급적용한다면 위헌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개정없이 현행 법령 하에서 조기분양했던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며 기존 분양전환 방식을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령을 개정하는 것은 위헌소지, 형평성 문제 뿐만 아니라 사적자치 영역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임대 기간을 4년 더 연장하거나, 분양전환 대금 저금리 대출 등의 방안 등의 보완책이 현재 국회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양전환가 산정기준을 두고 전문가들 또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감정평가액' 해석을 두고 문제를 제기한다. 임대주택법에 따라 분양의무기간, 분양전환 등 관련 사항이 모두 명시돼 있지만, 시행령·규칙에 위임된 가격은 명확한 규정 없이 상한선만 두고 있기 때문에 이를 악용할 요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감정평가액 산정 방법에는 원가, 주변 시세, 개발이익 등 감안할 수 있는 기준이 다르지만, 이를 정의하는 기준은 어느 곳에서도 정해져 있지 않다"면서 "이 법이 왜 추진됐고, 정책이 왜 도입됐는지를 고려한다면 서민주거안정의 법 취지에 맞게끔 원가 기준의 분양가 책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올해에만 LH공사 기준 3000여가구가 분양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합의로 맺어진 계약을 무시하고 이를 뒤집는 것은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해 법률 개정은 있을 수 있지만, 이미 이행된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판교만의 사례로 10년 전 상호 합의 하에 맺어진 계약을 무시하고, 법률까지 뒤집어 일각의 주장처럼 원가 기준 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것"이라며 "반대로 지방과 같이 경기 침체로 집값이 떨어진 곳은 집값을 보전해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원칙을 고수하되, 판교처럼 일부 집값 상승이 급등한 지역을 배려해 저금리 융자 등의 세부 대책을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