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금호아시아나 자구안 사실상 '거부'

"담보가치 200억 맡기고 5000억 지원해달라는 요청 수용 못 해"

2019-04-11     박시형 기자
항공기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구계획안에 대해 '꼼수'라고 불만을 제기하면서 사실상 거부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매각까지 거론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전날 채권단 회의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에는 박삼구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맡기고 채권단으로부터 5000억원의 유동성 자금을 지원 받는 내용이 담겼다.

새로 담보로 제공되는 지분은 박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보유중인 금호고속 지분 4.8%다.

또 박 전 회장(31.1%)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21.0%)이 보유중인 지분도 담보가 해제 되는대로 다시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과 아들이 보유중인 지분은 2023년 만기인 금호타이어 장기차입 대가로 42.7%가 산업은행에 담보로 잡혀있다.

그러면서 박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것과 3년 간 경영정상화를 하지 못하면 매각하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자구안에 대해 "조악하다"고 강도높게 비판하며 거부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의 꼼수가 너무 노골적이었다"며 "금호고속 담보 돌려막기로 실제 가치가 200억원에도 미치지 않는 부인과 딸의 지분을 맡기면서 5000억원을 빌려달라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1년 단위의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연장하는 것을 3년의 기간을 요구한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했는데 또 3년의 기회를 달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박 전 회장 일가가 내놓을 만한 사재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박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자산은 금호리조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 IDT 등 지분과 골프장, 아시아나 타운 등 부동산이다.

이 중 매각 가치가 있는 자산은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 정도인데 이들 자산은 이미 담보가 설정돼있어 매각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 채권을 회수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파국은 최대한 피해보겠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채권단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