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한진칼 주총서 표대결 '완승'···'오른팔' 석태수 대표이사 재선임

국민연금 제안 정관변경안 49% 반대로 부결···조 회장, 이사직 유지

2019-03-29     주진희 기자
석태수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재선임에 성공했다.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사의 자격 강화' 안건 또한 출석 주주 절반가량의 반대로 부결돼 조 회장도 한진칼 이사직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조 회장 측은 이번 주총에서 펼쳐진 국민연금과 KCGI와의 표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조 회장과 아들 조원태 사장이 모두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이라 현재 상황에서 마냥 안심할 순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진칼은 2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63 한진빌딩 본관 26층 대강당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선 △재무제표 승인안 △'이사 자격 강화' 등 정관 일부 변경안 △사외이사 주인기·신성환·주순식 선임안 △사내이사 석태수 선임안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안 △이사·감사 보수 한도 승인안 등 총 7개 의안에 대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조 회장의 거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됐던 석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찬성 65.46%, 반대 34.54%로 통과됐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을 일반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기에 출석 주주 과반 찬성을 얻으면 통과다. 석 대표는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이사, 상무를 거쳐 2008∼2013년 한진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2013∼2017년 한진해운 사장을 맡는 등 그룹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조 회장의 오른 팔로 알려져 있다.

앞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27일, 해당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수탁위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와 책임투자 방향을 검토·결정하는 민간 전문가 기구다. 당시 수탁위는 "석 대표의 단기차입금 증가를 결정한 것이 최근 제기됐던 주주제안의 감사 선임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인지 명백하지 않다"며 "그에게서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와 관련해 우려할 만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고 하며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과는 달리 이번엔 석 대표의 손을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조양호

제2호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의 건'에서 네 번째로 다뤄진 '이사의 자격 강화'에 대해서도 찬성 48.66%, 반대 49.29%, 기권 2.04%로 부결됐다. 이로써 조 회장은 한진칼 사내이사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 안건은 회사·자회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는 이사직을 즉시 상실한다는 내용으로, 국민연금이 조 회장을 겨냥해 한진칼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해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정관변경은 특별의결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만 통과된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28.95%, 2대 주주이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12.8%,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6.7%, 기타 주주가 51.55%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국민연금과 KCGI가 힘을 합쳤으나 조 회장 측 보유 지분에 밀려 부결됐다. 

현재 조 회장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현재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만일 정관이 변경됐을 경우, 재판 결과에 따라 이사직을 박탈당할 수도 있었던 조 회장으로서는 이번 안건이 부결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이날 조 회장은 주총 의장을 맡은 석 대표를 통해 "한진칼 모든 임직원은 치열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내실 추구' 및 '핵심사업 경쟁력 제고'에 매진해 나갈 것"이라며 "또 지난 2월 주주 여러분께 말씀드린 '한진그룹 중장기 비전 및 경영발전 방안'의 충실한 이행은 물론 조기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극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내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과 아들 조원태 사장이 모두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오는 2020년 3월 한진칼 주총에선 조 회장과 조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안건으로 오를 예정이다. 한진그룹은 '한진칼→대한항공·한진(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조 회장이 한진칼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되지 못할 경우, 그룹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만일 내년 한진칼 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연임에서 탈락하면 그룹 대주주 지위만 가지게 되는 것"이라며 "이번 대한항공 주총에서 대한항공 이사자격을 박탈당한 것처럼 한진칼에서도 동일한 상황이 벌어지면 사실상 그룹 지배력이 잃게 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주인기 국제회계사연맹(IFAC) 회장과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