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반도체 대장株···삼성電·SK하이닉스, 10%대 '뚝'

D램·낸드플래시 가격 급락 여파···1Q 실적 컨센서스 대폭 하향 조정

2019-03-08     남궁영진 기자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국내 증시 시가총액 순위 최상위이자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또 다시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연초 외국인의 거센 매수세에 뚜렷한 반등 조짐이 나타났지만, 이내 업황 부진 우려에 주가가 짓눌리는 모습이다. 이어 증권가에서 잇따라 실적 전망치를 낮추면서 투자심리도 더욱 악화되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700원(1.02%) 오른 4만4450원으로 7거래일 만에 가까스로 상승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변동 없이 6만8100원에 장을 마치며 사흘째 반등에 실패했다.

연초 52주 신저가(3만6850원)를 터치한 삼성전자는 이후 본격 반등, 22%가량 오른 뒤 최근 현저한 내리막을 타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연초까지 6만원선을 밑돌다가 7만원대까지 뛰었지만, 최근 9거래일간 상승 마감한 날이 하루에 불과할 정도로 침체 국면이다. 이 기간 낙폭은 11.2%에 달한다.

삼성전자(위)와

주요 사업인 반도체 가격 급락과 이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 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월 D램 고정거래가는 개당 5.13달러(DDR4 8Gb 기준)로 전월 대비 14.5% 떨어졌다. 올 1월 하락률(-17.24%)에 이어 두 번째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개당 4.22달러(128Gb MLC 기준)로 2014년 2월(-11.14%)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탓에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실적 전망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가 추정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는 8조53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14조3197억원)과 비교해 40.4%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15조6422억원)보다는 무려 83.2% 급감한 수준이며, 어닝쇼크로 기록된 지난해 4분기(10조8000억원)보다도 밑돈다. SK하이닉스 역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2조15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3673억원) 대비 반 토막 수준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증권사들의 눈높이가 더 낮아질 조짐이 있다는 것. '반도체 바닥론'이 지속하며 더 낮은 실적 추정치가 형성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재고가 증가해 반도체 가격 하락폭이 더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하락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지만, 하락의 깊이는 예상보다 좀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난해 4분기에 늘어난 메모리 재고 수준은 올 1분기에도 줄어들지 않고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더 높아진 재고 수준을 감안할 때 그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당초 예상 대비 D램의 수요 개선 속도가 더디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반도체 업체별 단기 실적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4분기 호실적에 대한 역기조 효과로 시장 추정치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됐다.

관건은 계절적 수요가 돌아오는 2분기에 반등 가능성 여부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수요 회복으로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는 줄어들기 시작하겠지만, 재고 감소폭이 어느 정도 되는지가 하반기 D램 가격 하락폭을 결정할 것"이라며 "아직은 메모리 업체 실적 저점을 언급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반도체업종에 대한 보수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제언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시장은 숨 고르는 과정에서 가격 하락이 진행되는 시점이지만, Intel의 신규 CPU 출시와 IDC 업체들의 투자 재계로 하반기 수요는 개선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낸드 시장은 D램보다 빠르게 수요 반등의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에는 큰 반등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주가는 이익 감소에 대한 우려를 지나치게 반영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