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공개에 후분양제 까지'···건설업계, '겹규제' 노골적 불만

3월부터 62개 항목 분양원가 공개 HUG, '후분양 대출보증' 최초 승인 "공급 위축으로 중견사 줄도산 우려"

2019-02-26     이진희 기자
서울의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에 이어 후분양제마저 급물살을 타자, 건설업계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투기 수요 억제, 하자 감소 등의 효과를 기대하는 정부와 달리, 겹규제는 주택공급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6일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다음달 중순부터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62개 항목에 대한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종전까지는 분양가 공시항목이 12개였으나, 50개를 추가로 공개하는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지난 22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세부 공종별로 택지비 4개 항목, 토목 13개 항목, 건축 23개 항목, 기계설비 9개 항목, 그 밖의 공종 4개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후분양제에 대한 논의도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후분양제 주택사업장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후분양대출보증'을 최초로 승인 받으면서다. 

이 보증 상품은 주택사업자가 주택의 일부 또는 전부를 공정률 60%이상이 되는 시점 이후 분양하는 사업에 대해 주택건설자금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이번 보증이 승인된 경기도 평택 칠원동 '평택 신촌지구 A3블록'(1134가구)은 후분양대출보증을 통해 총 분양대금의 약 70%를 조달했다. 분양 시기는 준공을 마친 후인 2021년 8월 예정이다.

HUG가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민간부문의 자발적 후분양제 참여를 적극 장려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업계에선 후분양제 논의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분양원가 공개와 후분양제는 정부가 집값 안정을 꾀하기 위해 추진하는 제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원가 공개는 가격 거품을 빼면서 집값 인화 효과를, 후분양제는 하자 최소화는 물론, 투기 수요 억제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두 제도 모두 건설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후분양제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하는 중견건설사들이 적지 않다. 분양원가 공개 시행에 이어 후분양제마저 도입된다면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사업을 전개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대부분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꺾이고 있는 상태에서 겹규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도 분양시기를 놓고 눈치를 보는 상황인데, 여기에 분양원가 공개에다 후분양제 시행이 추가된다면 더 보수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재정위원회에 분양원가 공개 관련 건의를 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원가 공개는 시행이 결정됐으니 일단 향후에 발생할 피해사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후분양제는 얘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두 가지 규제가 동시에 시행될 경우 중견사들은 줄도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후분양제 도입에 앞서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주택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실효성을 위해선 후분양 사업장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며 "후분양대출보증 외에 자금 조달 체계에 대한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