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삼성맨' 박근희, CJ(주) 공동대표 내정···경영 승계 특급 도우미 나서나

CJ 정기 임원인사, 대외활동 강화·그룹체제안정 압축

2018-10-23     윤은식 기자
박근희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CJ(주) 공동대표에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을 선임한 이유는 대외활동 강화와 그룹 체제 안정으로 압축된다.

특히 이 회장은 삼성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부사장) 출신의 '전략통'인 박 부회장을 그룹 컨트롤타워 수장에 앉히면서 앞으로 있을 '경영권 승계 작업' 초석 다지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재계 일각의 관측이다.

CJ그룹은 23일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을 CJ(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올해 8월 '40년 삼성맨'에서 CJ그룹으로 합류한 박 부회장은 지주사로 자리를 옮겨 그룹의 대외업무와 경영 전반을 맡게 된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이번 박 부회장 인사를 어느 정도 예견했다. 그간 CJ그룹 대외활동을 총괄해온 이채욱 CJ그룹 부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올 3월 경영에서 물러났고 손경식 회장은 한국경영자총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CJ는 대외업무와 경영 전반을 총괄할 인물을 물색해 왔다.

삼성그룹 최고위 임원이 CJ그룹으로 옮기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인 데다, 이 회장이 박 부회장 영입을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직접 만나 양해를 구했다는 말도 흘러나와 이런 재계의 추측을 뒷받침했다.

이 회장이 박 부회장을 영입하면서 곧바로 그룹 수뇌부에 앉히기보다는 CJ그룹 핵심 계열사인 CJ대한통운 부회장에 앉혀 대외 업무 총괄을 맡게 한 뒤 정기인사 방식으로 수뇌부에 앉힐 것으로 재계는 점쳤었다.

박 부회장은 삼성카드·삼성캐피탈 사장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삼성금융맨출신으로 알려지지만, 재계의 청와대로 불린 삼성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부사장)을 지낸 전략통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CJ의 박 부회장 영입을 두고 삼성가(家)와 '화해무드' 조성, 최근 논란이 있는 CJ대한통운 '택배노조 분쟁' 봉합 등 여러 추측이 나오지만, 특히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부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특급 도우미' 역할론도 제기된다.

이번 인사에서 이 부장은 임원 승진 대상에서 빠졌지만, CJ그룹의 후계자로 유력하다. 이 부장은 이 회장의 외아들이다.

이 부장은 지주사 CJ(주) 보유 지분은 없다. 다만 CJ(주)가 지분 55.01% 보유하고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를 보유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 2014년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이 합병한 회사다.

이런 상황에서 박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에 있을 수 있는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 및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부회장은 '지방대 신화'로 불린다. 그는 청주상업고(현 대성고)와 청주대 상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삼성공채 19기로 삼성 SDI에 입사해 기획 담당 이사를 지냈다. 그 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부사장), 삼성그룹 중국 본사 사장 겸 삼성전자 중국 총괄 사장,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박 부회장은 ROTC 출신인 만큼 열정적이고 매우 공격적인 성격인 것으로 알려진다. '두주불사'형으로 폭탄주를 즐겨 마시고 소통을 중요시해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 것으로도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