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위기說에 금융시장 출렁…주가·원화 이틀째↓

금융시장 전문가들 "우리 경제 영향 제한적" 한 목소리

2018-09-06     김희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박조아 기자] 아르헨티나와 터키에서 비롯된 통화 불안이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번지면서 신흥시장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신흥국발 삭풍이 몰아칠 때마다 주가와 원화가치가 큰 폭으로 출렁이는 등 금융시장이 널뛰기를 거듭한다. 다만,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양호하다는 이유로, 신흥국 위기설이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6일 금융권 상황을 보면,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에 주가와 원화 가치가 이틀째 동반 하락했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무려 23.95p(1.03%) 하락한 2291.77에 마감했다. 코스피 종가가 23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7일(2,299.30) 이후 7거래일만이다. 이날도 전 거래일보다 4.16p(0.18%) 내린 2287.61에 거래를 마쳐 2거래일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외환시장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5원 오른 1124.0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전날도 환율은 달러당 6.6원 상승한 1121.5원에 종가를 찍었다. 9거래일 만에 다시 1120원선을 돌파한 것이다. 

5일(현지시간)

◆신흥국 위기에 韓 금융시장 '출렁' = 주가와 원화가치 모두 이틀째 내리막길을 걷는 모양새다. 최근 우리 시장은 신흥국 위기가 슬쩍 고개를 치켜들면 하락폭이 계속 가팔라지는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 대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신흥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면서 우리도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주식과 원화를 끌어내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조기 지원 협상을 벌이는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많은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그 중심에 있는 아르헨티나 페소화와 터키 리라화는 연초 대비 누적 각각 52.2%, 43.5%나 통화가치가 하락했다. 인도 루피화 가치는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20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위험에 처한 국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을 동반하며 외환위기 우려를 해소하는 데 분주하다. 특히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45%에서 60%로 15%p 올리는 긴급처방을 단행했다. 그러나 신흥국들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환율은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신흥국의 금리인상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딱히 매력적이지 않은 탓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선진국과 신흥국 간 자금 이동의 원천은 단순히 금리차가 아니라 위험 관리가 중요한 변수"라고 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CDS프리미엄(신용부도스왑)은 각각 778bp(베이시스포인트·1bp=0.01%p) , 527bp로 높다. 연초 이후 각각540bp, 375bp 급등했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발행자의 부도위험 정도를 반영하며 이 수치가 높을수록 그만큼 기초자산의 위험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 "韓 시장 위험 제한적일 것" = 전문가들이 "이번 신흥시장 불안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CDS프리미엄이 지붕을 모르고 치솟을 동안 우리나라는 약 13bp 되레 하락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우리나라(-3.8%)는 중국(-4.8%) 및 태국(-0.6%) 등과 함께 상대적으로 통화 약세폭도 크지 않았다.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이 생각보다 훨신 견고하다는 의미다. 올해 1~8월까지 수출은 전년대비 평균 7.5% 증가했다. 기저효과 소멸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체 수출은 전년대비 8%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연구원은 "위험 관리 측면에서 풍부한 달러 유동성, 77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 4000억달러를 넘긴 외환보유고 등 안정적 재정 여건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급격한 자본 이탈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환율에 대한 움직임과 미국의 관세부과 임박 등의 영향으로 지수 자체가 관망세를 보이며 소폭 하락하고 있다"며 "단순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증시가 떨어지는 것일 뿐 국내 경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의 경우, 환율 측면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는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7월 이후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로 복귀했어도 타신흥국 대비 주식시장 수익률은 양호했다"며 " 연초 이후 신흥국 주식시장이 8.8%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코스피 수익률(-5.9%)은 상대적으로 낙폭이 덜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