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내부시스템 허점 투성이…'삼성證 사태' 재현 개연성有

금감원, 증권사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 점검 결과 발표 총 발행주식 수 초과 입고 가능…당국, 개선책 마련에 만전

2018-08-02     남궁영진 기자
김도인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삼성전자가 일으킨 초유의 '유령주식 사태'가 대부분의 증권사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발행주식 수를 초과한 수량 입고가 가능한, 허술한 내부통제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었다. 주식 매매주문 접수와 처리, 실물입고, 대체 입·출고,  전산시스템(IT) 관리 등 여러 부문에서 개선의 여지가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9일부터 6월1일까지 32개 증권사와 코스콤의 주식매매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대부분 증권사에서 사고 발생 개연성이 있다고 2일 밝혔다. 금감원은 △한국거래소(2명)  △한국예탁결제원(2명) △금융투자협회(2명) △코스콤(3명) 등 증권유관기관 직원으로 이뤄진 현장점검반을 구성, 내부시스템 점검을 펼쳤다.

우선 주식 매매주문 접수·처리 관련 허점이 드러났다. 일부 증권회사의 경우 고객이 직접 주문하는 전용선인 직접주문접속(DMA)을 통한 대량·고액 주식매매를 주문할 때, 금투협회의 모범규준상 '경고' 메시지와 '주문보류' 요청메시지가 뜨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주식 역시 모범규준 적용이 배제돼 있다. 

현행 금투협회 모범규준에 따르면, 주문금액 30억~60억원 또는 상장주식 수 1~3% 시 경고메시지를, 주문금액 60억원 초과 또는 상장주식 수 3% 초과 시 주문 보류가 된다. 

증권회사

한국거래소의 대량매매(블록딜)의 경우 증권사 담당자 입력만으로 매매체결이 이뤄지고 있고, 주문화면 상 가격과 수량 입력란이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는 등 착오 방지를 위한 장치가 다소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DMA를 통한 주식매매 주문시에도 주문이 보류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주식매매 주문화면의 구별이 용이하도록 전산시스템을 개선한다. 아울러 해외주식에 대해서도 대량·고액 주문에 대한 경고메시지·주문보류를 적용키로 했다. 

한국거래소의 호가거부 기준(상장주식수 5%)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주문전송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개선한다. 금융위는 지난 5월 주식매매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현행 5%인 거래소의 호가거부 기준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한 바 있다. 

블록딜 역시 일정금액(50억원 등)을 초과하는 주문시 증권사의 책임자 승인 절차를 추가하고, 주문화면상 수량·단가 입력란 구분을 명확하게 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고객이 주식 실물을 입고할 경우 예탁결제원이 증권의 진위여부 등을 최종확인 전에 주식시장에 매도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물입고 처리 과정에서 책임자 승인 없이 담당자 입력만으로 처리하고 있고, 전산시스템상 총발행주식수를 초과하는 수량의 입고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증권사에서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도난, 위조 등 사고주식의 입고 및 매도방지를 위해 고객의 실물주식 입고 의뢰시 예탁결제원과 증권회사 본사의 확인 전까지 자동적으로 매도가 제한되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증권사 영업점에서 실물주식의 금액대별로 책임자의 승인 절차를 거쳐 입고되도록 하고, 총 발행주식수를 초과한 수량은 입고되지 않도록 증권사의 전산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예탁결제원과 전용선으로 연결된 'CCF 방식'으로 주식 대체 입·출고를 처리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수작업이 필요한 'SAFE'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물입고와 마찬가지로 총 발행주식 수를 초과한 수량의 입고가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주식 대체 입·출고 업무의 효율화와 사고 예방을 위해 전 증권사가 CCF 방식으로 처리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SAFE방식은 폐지한다. 

전산시스템(IT) 관리와 사고대응과 관련해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일부 증권사는 담당부서 또는 준법감시부서의 별도 승인이 없어도 타 부서에 전산시스템 화면 접근권한을 부여했고, 상당수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주식매매시스템 적정성에 대해 정기적 점검이나 감사도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향후 증권유관기관과 협력해 증권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독려하고, 모범규준 등 관련 자율규제 규정 개정과 전산시스템 개선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강전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국장은 "거래소와 금투협이 블록딜 시스템을 개선하고 모범규준 등을 개정하는 작업을 이달부터 착수,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예탁결제원의 권리배정 관련 시스템 개선은 연내 작업에 착수하되, 증권사와 논의를 거쳐 내년까지 완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 국장은 이어 "내년 1분기 중으로 전 증권사를 대상으로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 개선 결과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