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윤석헌의 말말말…"금융위 해체···한은에 감독 권한"

금융정책은 기재부로…감독기구 건전성·소비자로 이원화 "국책銀 규모 줄이고, 감독당국이 가계부채 확대에 제동 걸어야"

2018-05-06     서지연 기자
윤석헌

[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논문과 기고 등을 보면 금융개혁 의지와 함께 현 잘못된 관행들의 변화를 주장하는 언급들이 눈에 띈다. 특히 금융감독기구 개편과 관련한 주장이 있어 관련 논의에 불씨를 지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원장은 그동안 여러 논문을 통해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와 이 문제가 앞으로 금융당국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2016년 4월 당시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현 공정거래위원장), 김유니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부 교수(현 금융감독원 자본시장담당 부원장),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와 '모델 금융감독법의 구조'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윤 원장은 이 논문에서 현재 금융위가 갖고 있는 국내 금융정책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기구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가 금융의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모두 갖고 있다 보니 브레이크 역할을 해야 하는 감독 기능이 가속 페달 역할을 하는 산업정책기능에 항상 압도돼 저축은행 사태나 동양그룹 사태와 같은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기구도 두 개로 나눠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과 각종 검사·제재, 인허가 업무는 금융건전성감독원이 맡고 금융기관의 영업행위, 소비자보호, 시장규제 및 감독, 기업회계 등은 금융시장감독원이 맡아야 한다고 했다.

학계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단일기구로 통합해 한국은행과 같이 독립된 기관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언뜻 보면 윤 원장 주장과 다른 듯 보이지만 두 기관의 감독 기능 중첩에 따른 금융위의 책임 회피 및 감독기능 부실 등을 개선하자는 점에서는 맥락을 같이한다. 이 주장은 김홍범 경상대학교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기구 개편안도 본격화될지 관심사항이다.

윤 원장은 또한 기고문 등을 통해 산업은행의 역할을 축소하고 구조조정 기능을 은행 등 민간금융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2015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를 통해 발표한 '대우조선해양 사건과 정책금융 개혁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책은행의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대한 정책금융이 민간금융을 구축(驅逐)해 금융발전을 억제하다 보니 민간 구조조정 시장이 자라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정부소유 은행들의 구조조정 추진은 정치권과 정부정책의 영향에 노출돼 구조조정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좀비기업을 양산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버리고 '통합도산법'의 기업회생제도로 자율협약의 신축성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 원장은 또한 2014년 은행연합회 웹진 기고문을 통해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 위기로 확대될 경우에 대비해 한국은행에 감독수단 사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은행의 감독 역할도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감독당국은 금융기관의 추가적 가계대출 공급에 별도의 자기자본 예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최근 금융당국의 정책에 반영됐다.

윤 원장의 과거 행보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개혁론자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의 주장은 잘못된 관행을 버리고 그간 논의돼온 이슈들의 변화와 실행을 강조한 측면에서 일면 합리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김기식 전 원장의 재벌 개혁 등 일면 치우친 강성 모드와 이에 따른 전문성 미흡 등으로 금융권에 우려가 있었는데 윤 원장 또한 사람만 다를 뿐 개혁 기조를 잇기 위해 온 것이어서 금융산업의 현실을 토대로 현명하게 감독정책을 실현할 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삼성 차명계좌 등에 있어 서로 엇갈린 행보를 보인 윤 신임 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의 향후 관계 설정 등도 눈여겨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