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특집 下] '4캔 1만원' 수입맥주 걸림돌

2018-03-28     박지민 기자

주세법 불공정, 가격경쟁 상대 못돼…개정안으로 형편 나아졌지만 아직도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수제맥주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수입맥주 공세가 거센 탓에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선 주세법이 수제맥주보다 수입맥주에 유리하게 적용돼 불공정한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맥주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수제맥주는 제조원가뿐 아니라 마케팅과 영업 활동에 필요한 판매관리비, 이윤 등을 모두 합쳐 세금을 매긴다. 이에 비해 수입맥주는 세금 부담이 덜하다. 맥주를 해외에서 수입해올 때 업체가 신고하는 가격과 관세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적은 수입맥주는 '4캔에 1만원'이란 파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국내 맥주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2억6309만달러(약 2814억원)에 이른다. 2016년 1억8155만달러(1942억원)에 견줘 45%나 늘어난 수치다.

수제맥주는 소규모맥주제조시설에서 생산한다는 특성상, 수입맥주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몰트(맥아), 홉 등 원재료 비용부담도 높은 편이다. 다양한 맥주를 맛보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수제맥주보다 수입맥주로 몰리게 되는 원인도 가격차이 때문이다.

수제맥주 업계에서는 수입맥주와 공정한 시장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주세와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정진 카브루 대표이사 겸 한국수제맥주협회 부회장은 "수입맥주는 마케팅 활동이나 영업 비용이 주세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훨씬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면서 "이에 비해 수제맥주는 100원 비용을 쓰면 세금까지 포함해 거의 200원의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번 주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수제맥주를 편의점 등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됐지만, 실제로는 편의점에서 수제맥주를 팔기 쉽지만은 않을 거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4캔을 1만원에 파는 수입맥주와 가격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통비용과 주세 부담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적자를 보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박 대표는 "어떤 수입품이든지 가격에 관세를 더한 액수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은 일괄적이기 때문에 수입맥주에 대해서만 판관비까지 포함해 과세하라고 요구할 순 없다"고 말했다. 특히 "수입맥주가 내세우는 4캔 1만원 가격으로는 수제맥주를 도저히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수입맥주와 경쟁할 수 있도록 과세혜택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업계 사정을 고려해 단계적인 규제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주세법 개정안에는 소규모 맥주 및 탁·약·청주 제조자에 대한 과세표준 경감수량 확대 방안이 담겼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소규모 수제맥주 업체들이 세금 경감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이번 주세법 개정안으로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수제맥주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 시장이 건강하게 커갈 수 있도록 현실적인 사정을 고려해 규제 등을 개선해주길 기대한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