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증권사 팔기 "쉽지 않네"…노조·가격 '걸림돌'

2017-07-12     정수지 기자

SK·이베스트, 매각 지연 가능성…하이투자, 수의계약 방식으로 재도전

[서울파이낸스 정수지 남궁영진 기자] 매물 시장에 나온 중소형사 증권사들이 매각 마무리에 제동이 걸렸다. 가격차를 비롯해 노동조합이 매각을 반대하는 등 반기를 들면서 매각 지연 가능성도 커졌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이 SK증권 매각을 위해 지난달 큐캐피탈파트너스, 호반건설, 케이프투자증권 세 곳을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한 가운데 SK증권 노조가 인수후보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난 6일 SK그룹 본사 앞에서 매각 규탄 집회를 열고 "SK증권 다 죽이는 졸속매각은 중단해야 한다"며 "적격성에 문제가 큰 인수후보군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큐캐피탈파트너스는 구조조정 전문회사인데다, 자본금 471억원, 현금성 자산 3억원에 그치는 등 자본력이 취약해 인수후보자로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노조는 "큐캐피탈파트너스는 수십차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며 무자본 인수합병(M&A)형태의 기업인수를 통해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또한 호반건설에 대해서는 금융업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적격 인수후보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편법승계와 일감 몰아주기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업계의 부정적인 평판과 노동자 임금 삭감을 지적했다.

여기에 소액주주들까지 매각 반대를 외치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최근 'SK증권 개인투자자들의 모임'을 온라인상에서 발족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타 증권사대비 소액주주 지분이 많은 SK증권 지분 구조상 이들의 반대 행보가 향후 매각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SK증권 주주비율은 소액주주 82.48%, SK(주) 외 특수관계인 10.04%, 기타(우리사주 포함) 7.48%다.

소액주주 관계자는 "금융회사 인수 자격이 되지 않는 후보들에게 SK증권을 매각하는 SK그룹의 행동을 저지하는 동시에 최태원 회장이 SK증권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며 오는 15·16일 매각 반대 집회를 예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SK증권은 소액주주 비율이 높아 이들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며 "노조와 소액주주들이 모두 나선 점을 고려할 때 우선협상자 선정 예정일이 늦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가격 괴리'에 부딪히며 여전히 매각 표류 중이다. 실질적 대주주인 LS네트웍스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아프로서비스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LS네트웍스가 제시한 매각가 약 4700억원과 아프로그룹 측의 인수가(3000억원 중반) 차이가 발목을 잡은 것.

당초 업계에서는 우협 대상자인 아프로그룹의 금융당국 대주주적격성 승인 여부가 매각 성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가격차가 변수로 작용하면서 매각 3수도 실패했다. 이에 따라 LS네트웍스 신용등급은 기존 'A-'에서 'BBB+'으로 떨어지는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라 매물로 나온 하이투자증권은 재매각에 시동을 걸었다. 그룹은 공개 경쟁입찰에서 프라이빗딜(수의계약)로 방식을 바꿔 매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대형 PEF와 DGB금융지주 등이 비공개 인수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공개입찰을 거쳐 LIG투자증권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가격차를 좁히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앞서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리테일 사업 부문에서 200억원가량 적자를 기록, 경영난에 빠지면서 결국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수년째 누적된 리테일 적자와 견줘 과도한 지점수는 줄곧 매각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52명을 내보내는 한편 인력조정 일환으로 최근 지점 5곳을 통폐합하며 조직 슬림화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재무 건전성 및 조직력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매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