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최순실 족쇄 떨치고 'M&A' 광폭 행보

2017-04-24     윤은식 기자

대한해협 건너 그룹 최대 현안 도시바 인수 '진두지휘'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 혐의에서 완전히 풀려나자마자 공격적인 투자로 경영 재건에 나섰다.

최태원 회장은 도시바 인수전을 총괄해온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강한 의지와 함께 반도체 사업 전략을 밝힐 예정이다.

그러나 최 회장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의 강력한 의지와는 무색하게 도시바 인수전 상황은 좋지 않다. 당장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20조 원의 자본을 마련해야 하는 데다, 일본 정부가 중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로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 메모리의 독점교섭권을 요구하고 나서 도시바 인수전의 수 싸움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24일 재계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가 4개월 만에 풀리자마자 일본으로 향했다. SK그룹의 최대 현안인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직접 진두지휘에 나선 것.

업계서는 최 회장이 도시바 경영진을 방문해 5월에 진행되는 2차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복안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이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SK하이닉스에 도움이 되고 반도체 고객에서 해가 되지 않은 선에서 협업 방안을 알아보겠다고 밝힌 만큼 도시바 메모리 매각과 관련한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관련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도시바는 점유율 14.6%의 세계 2위에 낸드 플래시 생산업체다. 만일 최 회장이 도시바 메모리를 품에 안는다면 지난해 4분기 기분 시장 점유율 36.1%로 이 부분 독주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를 턱밑에서 추격할 수 있게 된다. SK하이닉스의 이 부분 시장점유율은 10.3%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 정부다. 일본 정부가 도시바의 첨단 기술을 중국과 대만 등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

최근 일본 언론들은 일본의 민관펀드와 일본정책투자은행, 그리고 미국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이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시바 인수전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국외자본을 유치해 직접 도시바 인수에 전면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본 언론들은 도시바와 제휴 관계인 미국 반도체회사 웨스턴디지털이나, 한국 SK하이닉스가 이번 일본 컨소시엄에 추가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해 일본 정부와 SK하이닉스의 제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관련 업계서는 최태원 회장이 일본 정부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일본계 재무적 투자자들(FI)과 손을 잡는 한편 도시바와 협업하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조용하면서도 공격적인 투자성향이 혼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도시바 인수전에 반전 카드가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