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금통위원 4인 공식 취임…"어려운 시기 책임감 느껴"

2016-04-21     이은선 기자

조동철 위원 "친정부·비둘기파?…안팎 자세 다를 것"
이주열 총재 "풍부한 경륜·식견" 신뢰…"국민기대 높다"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한국은행과 발맞춰 통화정책을 이끌어갈 신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이 21일 공식 취임했다. 각 위원들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한 부담감을 내비치면서도 "책임감을 느낀다"며 각오를 다졌다.

특히 이번 금통위가 '친정부' 성향이 강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듯 국책연구기관 출신의 조동철 신임 위원은 "밖에서 얘기하는 것과 안에서 할 때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행은 이날 소공동 본관 15층에서 주요 임직원들이 자리한 가운데 신임 금통위원 임명식을 개최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 자리에서 이일형·조동철·고승범·신인석 위원에게 대통령 임명장을 수여하고, 위원들을 직접 소개하며 "풍부한 경륜과 식견을 갖춘 분들을 신임 금통위원으로 맞이해 더없이 기쁘다"고 환영했다.

이 총재는 "이일형 위원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오랜기간 근무했고, 최근까지 대외정책경제연구원장으로서 국제경제의 전문성을 쌓은 분"이라며 "조동철 위원은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풍부한 학식과 식견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을 잘 제시해줬다"고 소개했다.

고승범 위원에 대해서는 "30여년 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재직하면서 금융정책과 금융산업에 대한 다양한 정책 경험을 하신 분"이라고 높였고, 신인석 위원에 대해서도 "학계와 연구기관에 몸 담으면서 경제 연구와 정부정책 수립에 힘써왔다"고 평가했다.

최근의 경제 상황이 엄중한 만큼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총재는 "지금 경제는 과거에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주요국 경제가 장기간 저성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신흥국 경기 둔화와 유가 향방, 브렉시트 가능성 등의 불안요인도 잠재해 있다"고 우려했다. 내수 부진과 수출감소세 지속, 인구 고령화와 가계부채 문제 등 대내적 당면 과제에 대한 우려도 언급했다.

특히 그는 "한국은행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며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에 놓여있지만, 우리의 분발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때에 훌륭한 금통위원과 함께 일하게 돼 다행"이라며 "갖춘 지혜와 역량을 발휘해 난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임 금통위원들도 각오를 내비쳤다. 이일형 위원은 "출근 길 한국은행 전경을 바라보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한 이래 가장 힘든 시기인 지금 금통위원을 맡게됐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많이 들었다"며 "위원들과 직원들의 모습을 보니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안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은 제 역할을 열심히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단상에 선 조동철 위원은 "친정부 비둘기파로 돼있는데 나이도 들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 잘 날지 못한다"고 농담했다. 이에 긴장한 표정의 한은 집행부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조 위원은 "밖에서 얘기하는 것과 안에서 하는 것은 굉장히 많이 다를 것"이라며 "책임감이 많이 느껴진다.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승범 위원은 "31년 간 공무원 생활을 했다. 재무부 국제금융과에서 사무관으로 일할 때부터 경제정책국에서 한국은행 경제전망을 기다리던 시절, 금융위 시절까지 한은과 가까운 파트너로 일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가지로 어려운 시기인 만큼 책임감을 느낀다.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신인석 위원의 경우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으로 경제학을 시작해 한국에 오자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국제금융을 전문으로 했다"며 "금융시스템과 국제자금 흐름에서 자본시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되면서 어젠다를 쫓아보니 그쪽을 연구했고 다시 통화정책으로 돌아왔다"며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의 동기가 살아나는 기분을 느꼈다"고 감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남은 과제는 네명 중 저만 잘하면 될 것 같다"며 "너무 부족하지 않은 금통위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한은 총재의 추천을 받은 이일형 위원은 IMF 선임 경제학자와 중국주재 수석대표를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을 맡은 바 있다. 조동철 박사는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고, 고승범 상임위원은 재무부 국제금융국 등을 거쳐 금융위 상임위원으로 근무했다. 신인석 위원은 KDI 연구위원 출신으로 최근까지 자본시장연구원장직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