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보험 판매자회사 채널재편 신호탄

2016-02-18     김희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삼성을 잘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향후 보험영업 채널의 방향을 알려 줄 포인트죠" (A보험사 관계자)

오는 5월 삼성화재가 보험상품 판매자회사를 설립한다. 자본금 400억원과 약 400명의 소속설계사. 지난해 8월 출범한 삼성생명의 판매자회사인 '삼성생명금융서비스'와 유사한 수준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판매자회사 설립 배경에 대해 급성장하고 있는 보험대리점(GA:General Agency)에 대응하고 고능률 설계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다른 측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자사형 GA들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삼성 생·손보사가 동시에 뛰어든 건 분명 감춰진 속내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모두 회사의 명칭을 자사형 GA가 아닌 판매자회사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생보상품으로는 삼성생명 상품만 팔지만, 손보상품은 전 손보사를 대상으로 한다. 이처럼 자회사의 상품 판매는 제휴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다시 말하면 삼성 판매자회사에서 오직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상품만 팔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향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판매자회사가 자사 상품만 팔 수도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판매자회사임을 부각시키는 것도 여러상품을 비교, 판매하는 GA의 프레임을 덧씌우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GA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보험업감독규정 일부 개정의 중점 규제사항도 판매자회사는 교묘히 비껴간다.

개정안은 기본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GA의 임차비 지원 등을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에 보험사의 판매자회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보험사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얼마든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동종의 유사한 보험 상품 3개 이상을 비교해야 하는 규제(3개 미만일 경우에는 전 상품)도 삼성생명은 판매자회사에서 자사 생보상품 한 종류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적용 받지 않는다. 비교대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GA의 경우 상품 설명을 위해 설명서 3장을 한꺼번에 들고 다녀야 해서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이번 개정안이 불완전 판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아니라 영업 부담을 지우는 쪽으로 쏠리다 보니 업계에서는 삼성이 중소 GA들을 통합, 흡수하기 위해 먼저 움직였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금융상품자문업자(IFA:Independent Financial Advisor)도입을 염두에 두고 선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우수 컨설턴트가 자신의 노하우와 보유고객까지 지정한 후계자에게 전수하는 '보험계약 승계 프로그램'도입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현재로선 삼성 판매자회사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제 삼성의 화살은 판매채널 다각화가 아닌 재편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