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으로 해외증권 투자나선다

韓銀, "적정보유고-환율안정-통안증권 이자경감등 '일석삼조'"

2006-12-16     남지연
내년부터 외환보유액을 통한 해외 유가증권투자가 가능해진다.
물론, 한은으로부터 은행들이 돈을 빌려서 이뤄지게 되는데, 부작용에 대한 우려때문에 망설이던 한은이 마침내 넘쳐나는 외환보유액 활용에 대해 파격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외국환은행들이 원화를 예치하고 그 만큼의 외화를 대출받는, 이른바 외화대출 연계 통화스와프 거래를 통해 외환보유액을 빌려 해외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방식.은행측은 한은에서 빌린 외화를 대가로 원화를 공급함으로써 통화스왑이 발생하게 된다.
한은은 국고채금리를 적용해 은행에 이자를 주고, 은행은 리보(런던은행간 대출금리) 6개월 금리에 해당하는 달러 이자를 한은에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증가일로에 있는 외환보유액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고, 원화 강세를 진정시키는 것은 물론 통화안정증권 이자 부담도 더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7월 외화 대출 연계 거래를 실시했으나 지금까지 총 34건에 5억 달러만 계약이 이뤄지는데 그쳤다. 자금용도가 사회기반시설 투자, 해외투자관련 외화대출, 설비투자 관련 자본재수입자금 등으로 묶였던데다 금리마저 좋지 않아 시중은행들이 취급을 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는 자금 용도가 확대돼 외화대출연계 통화스왑거래가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외국환은행의 국제영업 활성화를 위해 은행의 해외증권투자가 가능해지도록 자금용도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기업의 설비투자 촉진을 위해 기존 용도인 자본재 수입자금대출의 자본재 범위에 산자부가 고시하는 첨단시설재와 재경부가 고시하는 공장자동화 물품이 추가된다.
뿐만아니라, 통화스왑계약 절차도 간소화된다.
다수의 소액 외화대출이나 해외증권투자의 경우 먼저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 외국환은행이 외화자금을 받아가서 사용한 후 지정한 용도에 사용했는지 사후에 보고하면 되도록 했다.

한은은 이번에 해외증권에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내년부터는 은행들이 최대 50억 달러까지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해외증권에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이에 앞서 지난달 국민연금이 외환보유액을 매입해 해외증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국민연금도 연간 50억 달러 정도를 해외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외환보유액과 연계된 자금을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남지연 기자 lamanua@seoul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