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노조, 오늘 임협 잠정합의안 투표…결과는?

2015-12-28     황준익 기자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6개월 만에 잠정합의를 이루며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의 지속된 경영난으로 무리없이 가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임협에 단체협약까지 교섭해야하는 내년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1시까지 울산본사를 포함해 전국 사업장까지 20여 곳에 이르는 투표소에서 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결과는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사는 지난 24일 △임금 기본급 동결(호봉승급분 2만3000원 인상) △격려금 100% + 150만원 △자격수당 인상 등 임금체계 개선 △성과금 지급 기준 개선 △사내근로복지기금 20억원 출연, 특별휴가 1일 등에 합의했다.

당초 현대중공업 노사의 임금협상은 연내 타결이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사측이 기본급 동결을 고수하면서 노조와의 입장차가 팽배했기 때문. 특히 이달 초 새로 출범한 21대 집행부 역시 강성노조로 분류되면서 사측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의 기본급 동결을 수용하며 임금협상에 잠정합의했다. '기본급 동결'을 받아들인 것은 노조가 한발 양보했다는 평가다.

조합원 찬반투표는 올해 임협 연내 타결하기 위해 노사가 극적으로 잠정합의를 이뤘고, 경기 불황 및 실적악화에도 임금과 성과금 지급 등을 받아낸 만큼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24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1조2610억원으로 나타났다. 8분기 연속 누적적자는 약 4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지난달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전 사장단은 전액 급여를 반납하고, 임원들도 직급에 따라 최대 50%까지 급여를 반납키로 했다. 또 현대중공업 등 조선관련 계열사에서는 부서장까지도 급여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가 극적으로 기본급 동결에 잠정 합의함에 따라 가결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임원들이 급여를 반납할 정도로 내년 흑자달성이라는 의지를 보이는 만큼 노조가 이를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잠정합의안 가결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임협에서도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돼 재협상에 나선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잠정합의안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노조의 요구안과는 괴리가 있어 조합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지가 관건이다. 노조 홈페이지에도 조합원 투표를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성과금이라도 받아야 한다"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기본급이 동결되면 앞으로 임협 때마다 동결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내년 노사관계는 올해만큼이나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21대 집행부를 이끄는 백형록 노조위원장의 성향이 강성인데다 백 위원장의 공약이었던 임금삭감 없는 정년 60세, 조합원 전환배치와 고용관련 단체협약의 '협의' 문구를 '합의'로 추진 등 민감한 사항이 여러 있어 사측과의 대립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병모 전 노조위원장으로부터 강성 노조 바통을 이어받음에 따라 내년 임단협에서도 투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합원의 기대에는 다소 부족할 수도 있지만, 현재 회사가 처한 상황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점을 노조에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합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