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운전에 가상주행까지…현대·기아차, 이색 아이디어 향연

2015-10-14     송윤주 기자

[화성(경기)=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고글을 쓰고 시트에 앉아 가속 페달을 밟자 바로 옆 차량이 전진하기 시작한다. 실제 운전석에 탄 사람은 아무런 작동을 하지 않았는 데도 고글을 통해 전송되는 영상을 보며 차량 밖에서 운전이 가능하다. 마치 영화 '아바타'처럼 운전자 대신 차량을 원격 조종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1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15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는 연구원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색 작품들이 관람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아바타 드라이브'라 명명한 이 기술은 차량에 모듈과 카메라를 설치, 차량 외부에서도 운전석을 구현해 놓은 좌석에 앉아 운전자가 경험하는 것과 같이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운전이 서툴거나 술에 취한 사람을 대신해 '대리운전'을 할 수 있는 것. 이전 대회에서도 비슷한 작품이 공개된 바 있지만 특수 제작차가 아닌 양산 차량에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을 개발한 팀원은 드론이나 RC카에도 이 기술을 적용하면 실제로 탑승한 것처럼 작동이 보다 수월해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가상 증강 현실을 이용한 주행 시스템도 눈길을 끌었다. 이른바 '드라이빙 익스팬션(Driving Expension)'은 다양한 시험로에서 차량을 테스트하는 연구원들을 위한 기술이다. '비전장치'라는 고글을 쓰고 운전석에 앉으면 차량과 연동된 컴퓨터가 프로그램을 돌려 가상의 주행로를 띄운다. 차량을 넓은 공터에 두고 가상 영상을 보면서 차량을 테스트하는 방식이다. 주행 코스는 간이 장애물이 놓여져 있는 S자 코스, 8자 코스부터 혹한기 스웨덴의 험로까지 다양해 테스트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날 심사위원으로 대회에 참가한 양웅철 현대차그룹 연구개발총괄 부회장은 "원격 주행 기술은 미래에 자율주행차 등에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양 부회장은 이날 대상을 수상한 작품을 직접 시연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유캔콘서트' 팀은 차량 바닥과 핸들, 대시보드, 시트 등 차량 내부 곳곳에 센서를 설치해 드럼과 같은 타악기 소리가 나게끔 개발했다. 스마트 기기를 연결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재생하거나 키보드 건반 애플리케이션으로 직접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어 차 안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유캔콘서트 팀의 김형수 연구원은 "막히는 도로에서 음악을 들으며 핸들을 두드려 본 경험을 떠올려 이 같은 작품을 발명하게 됐다"며 "길거리에서 버스킹이나 캠핑을 할 때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고, 향후 자율 주행 기술이 개발되면 하나의 완벽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참가팀들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동행'이라는 대회 주제에 맞게 교통수단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제3세계 주민이나 이동 불편한 장애인, 어린이를 차량에 태우는 부모를 고려한 아이디어도 다수 선보였다.

2010년부터 올해로 6회를 맞이한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연구원 4~7명이 팀을 이뤄 이동 수단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를 실물로 제작해 경연하는 현대차그룹 R&D 부문의 창의 활동 공모전이다.

본선 대회에 오른 10개팀의 작품은 이날과 연이은 R&D 모터쇼 등에서 시연을 거친 뒤 현대차그룹 각종 사내·외 행사와 국내 모터쇼 등에 전시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연구원들의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홍보하는 동시에 현대차그룹의 독창적인 연구개발문화를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