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원화 약세, 투자자금 이탈 가속화 우려" 한 목소리

2015-09-01     이은선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정례회의를 통해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수순과 함께 중국의 경기 불안과 위안화 절하 등이 맞물리면서 원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속한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1일 발표된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최근 신흥국 전반에서 자본이 유출되면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및 채권 매도세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 외국자본의 유출입 문제가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국제유가, 환율 등 대외 충격에 크게 영향을 받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내부적으로는 고령화 및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미국 금리인상기에 우리나라의 자본유출 규모가 상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미국 금리인상기와 달리 우리 경제가 미국 보다는 중국 등 신흥국 경제와의 동조성이 높아진 데다 국내에 유입된 외국자본의 구성도 외환건전성 규제 조치로 인해 과거 은행부문의 대외차입 중심에서 주식·채권 등 증권투자자금 중심으로 전환된 상황"이라며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요인이 가세하면서 원화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추가적으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출을 촉진할 가능성은 없는지 여부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위원도 "최근 원화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나 수출 개선 효과는 단기적으로 불투명한 반면, 외국인 국내 투자자금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국내 경제상황에서 급속한 원화환율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지, 원화환율이 기초경제여건과 괴리된 것은 아닌지 하는 시장의 불안이 존재하고 있다"며 "달러강세가 심화될 경우 외채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화환율이 안정적이고 점진적으로 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른 위원도 "최근 미 달러화가 지난 2003년 이후 최고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하에서 신흥국의 달러화 표시 채무가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해 보면 향후 달러화 강세 지속 여부는 국제금리의 움직임과 함께 신흥국의 대외부채 상환 문제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는 "주변국 금융시장이 위안화 절하에 크게 반응한 것을 보면 중국의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것 같다"며 "최근의 미 달러화 강세 현상에는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보다는 미국의 경제상황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낫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어 향후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정에서 달러화 강세 기조가 더욱 강건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달러화 강세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도 당부했다.

다른 위원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오면서 기초경제여건이 취약한 신흥국들로부터 자본이 유출되고 그 영향으로 이들 국가의 금융불안이 심화되고 있다"며 "우리 경제도 외국인의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가치의 하락 현상을 경험하고 있고, 중국인민은행이 발표한 위안화 기준환율 평가절하의 영향으로 환율의 변동폭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대외 리스크가 높아진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평소 같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충격에도 시장상황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금융시장과 국내 외환·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더 강화하고 필요시 적절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위기발생에 대비해 각 부문의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위원 역시 "당행의 기준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인하되어 금리정책의 여력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인 만큼 환율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며 "향후 시장안정화 조치의 전략을 함께 논의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환율정책에 관한 충분한 정보가 공유되는 바탕 위에서 통화정책이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