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사 담합 부추기는 정치권

2015-08-06     성재용 기자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공공입찰 과정에서 담합행위로 적발된 건설사에 대한 제재가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어, 이와 관련해 법 개정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현행법상 입찰담합을 벌인 건설사에는 먼저 독점규제법에 의거한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임직원 검찰 고발 조치 등이 가해지고 이에 더해 국가계약법에 따라 부정당업자로 지정돼 최대 2년간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서 발주하는 모든 관급공사 입찰이 제한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와 임직원 등 책임자 처벌에 이어 회사의 존립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3중 제재'라며 관련 법 개정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와 관련, 현재 국회에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함진규 의원, 김태원 의원(이상 새누리당)이 각각 발의한 '입찰제한 제재의 원인이 된 기관 외의 공공입찰에는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안'과 '입찰제한 행정처분에 제척기간(5년)을 도입하는 안' 등의 내용으로 발의한 국가계약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입찰담합→적발→과징금 등 처벌→사면→입찰담합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입찰담합을 통해 막대한 부당이익을 내고 국가재정에 악영향을 끼쳤지만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반복적으로 사면이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입찰담합을 못 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완화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부여당이 정의와 법질서를 세우는 것에 너무 무감각한 것"이라며 "법 위반에 대해 반성도 없이 처벌 규정이 완화된다면 우리 건설업계의 부당하고 편법적 관행이 계속될 뿐만 아니라 이런 것들이 오히려 우리 경제를 망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2000년과 2006년, 2012년에도 각각 특별사면을 통해 건설사들의 입찰제한 조치를 풀어준 바 있다. 입찰담합으로 인한 제재로 영업활동을 제한한 것을 슬그머니 없애준 것이다. 그때마다 건설사들은 담합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올 들어서도 공정거래위원회는 6월 말까지 국내 건설사 43곳에 담합 혐의로 과징금 총 2601억여원을 부과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공공건설 입찰담합 과징금은 8348억원(자진신고감경제도에 따른 감면액 미포함)인 반면 이로 인한 예산 낭비액은 1조8000억원이었다.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모든 공공기관의 발주를 제한한 현행법에서도 불공정행위가 일어나는데 이것을 완화해준다고 악습이 없어질까. 정부는 제재가 과도하다는 건설업계의 '어리광'을 받아주기보다는 법질서에 근거한 합리적 고려를 해야할 때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