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엔진 장착한 '뉴 삼성물산'…新 이재용 체제 완성

2015-07-17     박지은 기자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전자'로 지배구조 단순화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삼성물산 주주들의 최종 선택은 '합병'이었다. 이로써 삼성물산, 제일모직,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던 지배구조도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 3단계로 단순화됐다. 동시에 삼성물산의 건설·상사부문과 리조트·패션·바이오 사업이 함께 만나 발생할 시너지에도 시장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 그룹 핵심사로 '우뚝'

삼성물산은 17일 서울 강남구 aT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참석 주주 69.53% 동의를 얻어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제일모직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보다 강력히 지배할 수 있는 근간이 마련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제일모직 지분율은 이날 기준 23.2%로 개인 최대주주다. 이건희 삼성 회장(3.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7.7%),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7.7%) 등 특수관계인 주식을 합하면 66.4%에 달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은 '통합' 법인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6.5%로 추산된다. 이부진 사장 5.5%, 이서현 사장 5.5%, 이건회 회장 2.9% 등 삼성 오너가의 지분율은 총 30.4%에 이른다. 통합 회사는 삼성생명(19.3%), 삼성전자(4.1%), 삼성SDS(17.1%) 지분을 보유할 것으로 추산된다.

합병이 성사되면서 삼성그룹의 해묵은 과제였던 지배구조 문제도 사실상 해결됐다. 현재 삼성그룹 순환출자 고리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 순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하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단순한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될 전망이다. ㈜LG를 통해 총수일가가 전 계열사를 지배하는 LG그룹과 같은 법적으로 완벽한 지주회사는 완성하지 못해도 '사실상 지주회사(De facto Holding Company)' 체제는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동시에 삼성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바이오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날 출석 주주는 대리인 포함 553명, 의결권 주식수는 1억3054만8184주다. 이는 의결권 주식 총수인 1억5621만7764주의 84.73%에 해당하며, 보통·특별결의사항 적법 처리요건을 갖춘 것에 해당한다.

◇'NEXT' 스마트폰·반도체 → 바이오 전환 이룰까

재계에선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스마트폰과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 사업이 삼성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주총 현장에서 만난 소액주주들 역시 통합 삼성물산이 바이오산업에서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합 삼성물산은 그룹 내 제약사인 바이오로직스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게 된다. 세계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바이오산업에 뛰어들게 된 셈이다.

삼성그룹 내 바이오 계열사들은 최근 2020년까지 생산능력, 매출, 이익 규모에서 세계 1위 CMO(계약형 제조사)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포부를 밝혔다.

바이오로직스 세계 최대 수준인 15만ℓ 규모의 바이오리액터(세포배양기) 제2공장 건설을 지난 2월 완료했으며, 내년 1분기 중으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생산능력, 매출, 이익 규모에서 세계 1위의 CMO(계약제조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6개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추진 중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단백질이나 호르몬, 항체의약품 등)을 본떠 만든 복제약을 통칭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6개 제품을 가까운 시일 내에 세계 시장에 순차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세계 각국에 구축하고 있는 판매 거점조직과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시너지도 기대를 모은다. 제일모직 패션부문은 중국과 중남미 등에서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상사부문의 판매 거점조직이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제일모직 조경사업과 삼성물산의 건축 능력이 가져올 시너지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한편,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주총 일정을 모두 마친 후 기자실을 찾아 "기업설명회(IR)를 다니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우리가 앞으로 더욱 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 달동안 고생한 삼성물산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