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장기 이식

2006-08-02     홍승희
요즘 한국에서 장기이식을 통한 치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그 수요만큼 장기 제공자가 충분치는 않은 형편이다. 그런데 상류 계급을 중심으로 중국에 가서 장기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소문들이 알음알음으로 번지면서 수천만 원, 많게는 억대의 돈을 들여가며 중국으로 향하는 이들이 적잖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에서 제공되는 장기가 어떤 경로로 제공되는지를 우리는 잘 모른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나마 중국내에서도 비공식 경로로 공급되기 때문에 수술 역시 안전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듯하다. 그래서 수술 받고 돌아와 몇 달 안에 사망하는 사례도 많은 모양이다. 그렇지만 경로도 확실치 않게 공급되는 장기에 대해 환자나 그 가족들은 그저 “중국은 인구가 많아 그런지 장기 공급도 넘쳐난다”고 생각하고 마는 듯하다. 실제로 중국에서 장기이식 수술을 받는 외국인이 한해 4만 명을 넘어섰다는 비공식 집계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장기들이 공급되는 실상이 매우 끔찍한 반인륜적 행위의 결과물이라는 해외로부터의 정보들이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도 떠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언론에서 공식적으로는 다루어지지 않은 채 확인되지 않는 풍문처럼만 떠돌다 사그러들었다.
그러던 차에 예전부터 다소 안면이 있는 한 여성이 얼마 전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리고는 그 문제를 끄집어냈다.
오랫동안 인권운동을 해 온 그 여성은 그와 아울러 수지침 등 민간요법과 동양 전통 심신수련법에도 심취했던 모양이다. 그러다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던 파룬궁(法輪功)이라는 심신수련법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가며 익혔다고 했다. 그러던 중에 그냥 조직적 탄압을 받는다고만 알져진 중국내 파룬궁 수련자들이 심각한 인권침해 수준을 넘어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기이식 환자들에게 장기를 공급 ‘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고 했다.
파룬궁은 원래 백두산을 중심으로 우리 민족에게 전승돼 내려오던 전통 수련법을 대중화시킨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동북3성 쪽에 상대적으로 수련자가 많은 듯하다. 그래서인지 생체 장기 제공자들 가운데도 인구 비례로 보자면 조선족들이 좀 많은 듯하다. 게다가 탈북자들 또한 그 마수에 걸려든다고도 전한다.
그런데 이 수련생들이 갑작스럽게 늘면서 공산당원 숫자를 넘어서게 되자 조직적인 탄압을 받게 됐다는 것이 현재 파룬궁 문제를 세계 여론에 호소하고 있는 이들의 주장이다.
전하는 내용은 얼핏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엽기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의문에 대해 전하는 사람은 “나치 독일의 유태인 학살 당시에도 사람들은 설마 설마하며 믿지 않았기에 그런 대량 학살이 가능했다고 하지요.”라고 반문한다.
하긴 우리 사회에서도 불과 20년 전에 몇몇 정부 기관에서 잔인한 고문이 자행되곤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마’라며 쉬이 믿으려 들지 않았다. 그러니 상식적으로 믿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기도 쉽지는 않다.
또 하나 지금 파룬궁 문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하는 세력들의 기본 기조가 ‘반공’ 내지는 ‘멸공’에 있는 듯싶어 행여라도 그런 이념적 지향 때문에 사실을 지나치게 과장, 왜곡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혹도 있긴 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실제로 파룬궁 수련자라는 이유로 감금된 조선족 청년의 두려움에 찬 호소나 해외에서 나온 관련 조사보고서의 사례들이 모두 픽션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단 몇 건이라 해도 생체 장기가 외국인들에게 시술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그 가운데는 물론 한국인 환자들도 포함돼 있을 수 있다.
장기이식만 받으면 살 수 있을 것 같고 또 지불능력도 있는 환자라면 중국 아니라 어디라도 가서 수술을 받고자 할 터이지만 그 장기이식 수술이 살아있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어도 편한 마음에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국에서의 장기이식 수술, 그런 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행할 일은 아닐까 싶어 끔찍한 기분을 누르며 소식을 전한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에서는 무더운 여름밤 납량특집극을 보듯 등골이 서늘해지는 이 소식이 정말 픽션이었으면 싶은 바람을 감출 수 없다. 홍승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