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하는 사회의 뒷모습

2006-01-14     홍승희


삼성전자의 지난 4.4분기 매출액이 15조원을 넘어서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해서 화제다. 순이익도 2조5천600억원으로 36%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 같은 거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 16.5%나 된다는 것도 놀랍다. 그만큼 고부가가치산업의 가치는 대단하다.

삼성전자가 일취월장 성장할수록 한국 경제의 삼성전자 의존도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전체 수출액의 1/4, 수출이익의 1/3을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쯤 되니 삼성전자가 마음먹기 따라 한국 사회의 여러 분야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정부 정책인들 삼성전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마련될 수 있겠는가. 그러니 미디어들이 아무리 검찰을 비난해도, 또 검찰이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변명해도 검찰의 삼성 관련 수사는 솜방망이 수사가 될 수밖에 없다.

우선 다수 대중들 입장에서도 재벌가 삼성의 여러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욕할 때는 하더라도 삼성이 잘못되면 한국이 망한다는 위기감을 동시에 갖고 있기에 삼성그룹에 대한 수사를 다소는 불안감을 안고 바라보기 일쑤다.

삼성이 해외 생산 비중을 높인다면 언론은 갑자기 국내 인건비 상승 문제를 들고 나오며 마녀사냥식의 노동운동 비판을 봇물처럼 터뜨리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 민망한 여러 행태는 어쩔 수 없이 굴종적인 국민 인식을 재생산해내는 기제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런 대중의 시선을 재벌그룹들이 이용하려 드는 것은 또한 자연스럽다. 삼성의 반도체 투자 당시의 일화가 최근 들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적 결단력과 의지를 미화하는 방향으로 각색돼 흘러나오는 것도 그런 흐름의 하나일 듯싶다.

지나칠 정도로 조심성 있는 경영만을 하던 이병철 전 회장의 반도체 투자 결단은 실상 그시당시에도 충분히 놀랍다는 반응을 끌어냈다.
 
일본이 채산성을 이유로 반도체에서 철수하기 시작하던 무렵 뒤늦게 D램 생산설비를 대대적으로 시작한다는 점에 우려와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런 주변의 부정적 시선을 무시하고 단행한 대규모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는 오늘날 삼성전자를 한국 경제 지배기업으로 길러냈다.

그러나 이런 삼성그룹의 모험적 투자를 결심하도록 제안하고 설득한 것이 이건희 회장이라는 뒷소식이 하필 20여년 지난 현재 시점에서 흘러나오는지 그 배경에 당연히 궁금증이 생긴다.
 
현재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건희 회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던 무렵 출국해서 아직껏 귀국하지 않고 있다. 언제 온다는 약속도 없는 듯하다.
 
이 시점에 갑자기 이건희 회장의 결단만이 삼성그룹,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견인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줄만한 성공한 모험투자 후일담이 나오고 있다. 이런 삼성의 모습은 한국사회를 다소 극단적으로 비춰주는 거울일 뿐이다.

한국경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 정도는 아니라도 수출은 수십 년 동안 다변화를 외쳐왔음에도 그 규모면에서 주요 몇 개국에 집중돼 있어 해당국 경제 변수 하나 움직임에도 일희일비할 만큼 높은 의존성의 폐해를 경험하고 있다.
 
사회적 재화의 배분 상황 역시 2:8 사회의 암울한 전망들이 나와도 전혀 새롭지 않을 만큼 양극화의 정도가 심하다.

그러니 정부가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아봐야 비웃듯 강남 노른자위 땅의 아파트 가격은 다른 모든 지역의 상승률을 월등히 상회한다. 큰 돈 들이니 더 큰 이익 남는 것은 마땅하지만 그 비율이 세 제곱 승 이상으로 벌어지니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만 진다.
 
전 사회가 돈놓고 돈먹는 투기장으로 변해가니 변두리에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것이라고는 성인오락실 간판을 단 도박장들이다. 노동소득은 갈수록 하찮아 보인다.
 
그 소득마저 너무 높다고 욕먹는다.

이미 한쪽으로 너무 기울어진 수평막대는 다시 수평상태로 복원되려는 힘보다 아예 수직을 향하는 힘이 더 커져 끝내 한번은 뒤집어지고 만다.
 
이런 현상을 사회적으로는 혁명이라고 한다. 지금 양극화를 부추기는 이들이 원하는 것이 혁명인가. 누구보다 혁명을 두려워 할 그들이 눈앞의 이익에 정신이 팔려 혁명적 분위기라도 만들려는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