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금감원 일임형랩 포괄주문 ‘충돌’

금감원 ‘허용’, 재경부 ‘반대’...업계 영업추진 혼선

2003-03-04     임상연

일임형 랩어카운트의 포괄주문을 놓고 재경부와 금감원이 서로 상반된 유권해석을 내놓고 있어 제도가 본격 시행되기도 전에 파행을 겪고 있다.

금감원은 포괄주문이 단순 주문방식의 일환일 뿐 유사투자신탁행위로 볼 수 없다며 허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재경부는 일임형랩의 의미와 투신권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일임형랩 영업이 지연되는 등 업무 추진에도 혼선을 빚고 있다.

4일 정부당국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달초 허용될 것으로 보였던 일임형랩의 포괄주문이 재경부의 반대로 또 다시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경부는 관련 규정상 랩 계좌의 통합운용 형태인 포괄주문은 유사투자신탁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 허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일임협랩이 개인 고객의 맞춤형서비스를 위한 것인 만큼 계좌간의 주문을 통합하는 것은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일임형랩 계좌는 기존 자문형 및 주식계좌 등과는 분리 운용돼야하며 계좌간 통합운용도 금지돼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고객 맞춤형서비스 형태인 일임형랩을 포괄주문으로 운용할 경우 그 의미가 희석되고 단순 주문방식이라고는 하지만 펀드 운용과 다를게 없다”며 “관련법 개정 등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금감원과는 전혀 상반된 해석을 내렸다.

이와 반대로 금감원은 랩 계좌의 건별로 발생하는 주문을 매니저가 취합해 주문을 내고 체결과 동시에 각 계좌별로 배분하는 포괄주문은 펀드와 같이 자산을 풀(Pool)제로 운용, 관리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유사투자신탁 행위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이다.

또 이미 펀드나 외국인투자자의 경우 매매 및 업무의 편의성을 위해 포괄주문이 허용돼 있는 상태인 만큼 형평성 및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처럼 재경부와 금감원이 서로 상반된 해석을 내림에 따라 증권사들의 업무 진행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이미 일임형랩을 위해 조직정비 및 운용시스템 등을 마련해 놓고 영업만을 남겨 논 증권사들은 정부당국의 포괄주문 허용여부가 지연되면서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전문가는 “포괄주문이 허용되지 못할 경우 계좌별 관리를 위해 또 다시 조직과 운용시스템을 세분화해야 하는 등 비효율성만 커져 공격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지고 상품성마저도 희석될 것”이라며 “재경부가 업계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