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침체에도 토지경매 18% '고가낙찰'

2012-02-22     성재용 기자

감정가 대비 높은가격에 낙찰…지난해 28.8%
일반매물 대비 명도 용이·낮은 낙찰가 원인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도권 아파트 경매물건은 감정가 대비 평균 낙찰가율이 80% 이하를 밑돌고 있다. 특히 중·대형 아파트는 낙찰가율이 70% 아래로 떨어지며 날개 없는 추락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부동산경기 침체에도 불구하 토지경매는 열기가 식지 않고 '알짜' 토지에 대한 고가낙찰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고가낙찰은 부동산경매에서 감정가격 이상으로 낙찰된 경우를 말한다.

부동산경매전문업체 부동산태인은 지난해 서울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의 낙찰된 토지경매물건 가운데 29%가 감정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낙찰됐다고 22일 밝혔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서울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의 낙찰된 토지경매물건은 총 2만3011건으로, 이 중 28.8%에 달하는 6622건이 감정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낙찰됐으며, 고가낙찰 물건 중 5명 이상이 입찰한 물건은 91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낙찰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남(38.9%), 경북(38.8%), 경남(33.7%)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경기(17.8%)와 충남(14.2%)은 상대적으로 그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토지는 강원도 홍천 소재의 5필지 토지로 1회 입찰에 75명이 참여해 필지별로 감정가의 8~10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된 바 있다.

또 전북 부안군 변산면 소재 지목이 전인 982㎡ 토지는 경매 1회 차에 65명이 입찰에 참여해 감정가 4000만원의 6배인 2억4000만원에 새로운 주인을 맞았다.

올해도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낙찰과 대금납부가 이뤄진 3049건의 토지 경매건 중 546건(17.9%)이 고가낙찰인 것으로 밝혀졌다.

올 들어 최고경쟁률을 보인 토지는 지난달 초 실시된 강릉시 왕산면 소재 4599㎡의 임야로, 경매감정가가 400만원으로 책정됐으나 34명이 입찰해 19배가 넘는 8000만원 선에서 낙찰됐다.

지난해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대폭 해제에 따른 토지의 거래활성화 기대감과 더불어 전원주택과 펜션, 주말체험농장, 오토캠핑장 등의 수요에 힘입어 투자의 중심축이 주거용에서 토지로 이동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결과라고 부동산태인 측은 분석했다.

실제 업계에서도 노후 대비를 목적으로 귀농을 꿈꾸는 중년층의 지방토지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토지경매의 인기몰이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실수요자가 아니더라도 전국의 땅을 손쉽게 살 수 있는 투자 걸림돌이 해소됐다는 것이 고가낙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전했다.

경매를 통해 얻은 토지의 거래규제가 해소되고 수요가 확보됐다는 측면에서 토지를 안정적인 투자처로 재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토지의 경매물건 중 1000㎡ 이하의 토지는 농지법에서도 도시 거주자가 취득에 문제가 없도록 길을 열어놓고 있고, 농사를 짓지 못해도 장기간 보유에 제약이 없어서 가장 인기 있는 매물로 꼽힌다.

서동현 부동산태인 이사는 "대부분의 토지는 지상물이 없어서 명도가 쉽고 일반매물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낙찰 받을 수 있어서 우량토지에 대한 법원경매 투자자의 매수 층이 두텁다"며 "올해도 고가낙찰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