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시름하는 서민, 후속대책 절실하다
전세난에 시름하는 서민, 후속대책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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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임해중 기자] 손자병법 구지편에 '질전즉존 부질전즉망자 위사지'(疾戰則存 不疾戰則亡者 爲死地·속전속결하면 살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면 필히 죽는 곳을 사지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지난 13일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정부가 내놓은 전세안정대책을 살펴보면 손무의 9가지 진리가 유독 전쟁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는다. 정부가 전세시장의 부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미뤄오며 서민경제 파탄을 스스로 앞당긴 감이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예견되며 주택 매수심리 위축과 함께 전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정부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 대책마련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뒤늦게 전세난 해소를 위해 자금지원 확대와 민간임대 사업요건완화, 도시형생활주택 공급확대를 골자로 하는 전세안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금리인상이라는 바람으로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가 발표한 전세대책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전세대란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과 함께 엇박자 정책으로 시장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날선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서민들 입장에서 작금의 전세난은 속전속결로 싸워야만 겨우 살 수 있는 죽을 자리와 같다. 금리인상으로 대다수 매매수요가 전세로 돌아설 경우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대란이 도래할 공산이 크다. 정부가 전세난을 단순히 매해 반복되는 고질병 정도로 보고 엇박자 정책을 내놓은 결과가 바로 서민들의 한숨소리인 셈이다.

하지만 전세난이라는 싸움을 포기하고 손을 놓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번 전세안정화 대책이 수요보다는 공급에, 단기보다는 장기에 초점을 맞췄지만 국민주택 기금 공급 확대 등 관련제도 개선으로 결전에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굳이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법'이라는 구태의연한 격언을 읖조릴 필요는 없다. 뼈를 깎는 제도개선으로 사지에서 살아난다면 국내 부동산 시장의 고질병으로 손꼽히던 전세난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매해 반복되는 전세난에 대응하는 정부의 주먹구구식 대처부터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세난의 원인인 전세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수요자 대책을 마련하고 소형주택 공급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복합적인 방안으로 승부해야만 전세난이라는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난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떤 싸움의 전략을 활용할 것인지는 정부와 우리 경제의 몫이다. 하지만 후속조치 마련에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서민들의 시름은 한층 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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