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스터 관치'의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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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 기자] 지난 3일 취임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별명은 '미스터 관치'다. 그는 '관치 금융'에 대한 나름의 소신이 있다. '관(官)은 다스리는(治) 곳'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관치 소신'은 대형 금융지주사들에게만 통하는 것 같다.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꺼려온 금융사들은 저축은행 인수와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계정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입장을 180도 돌렸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중은행들은 저축은행 인수에 난색을 표했었다"며 "(김 위원장의 등장과 함께) 갑자기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인수를 검토하겠다'며 정부 당국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 저축은행 쪽에서는 '미봉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저축은행업계는 갑작스런 인수합병 추진 소식을 마냥 환영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시중은행이 저축은행시장에 진입한다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걱정스런 시선은 다시 김 위원장의 '관치 소신'으로 돌아간다. 김 위원장은 2000대 초반 카드대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의 '관치 소신'도 그가 카드사태 주무국장을 맡았던 때 나온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문제에 당시와 같은 '관치 소신'을 밀어붙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관으로서의 역할만큼 정책적으로 금융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하는 소임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문제 등 현안에 대해 지나치게 직접 개입할 경우 자칫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 자체 정화능력을 소진한 저축은행업계는 목소리를 하나로 조율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금융위원회의 속도전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아직 밝힐 입장이 없다"(저축은행중앙회), "자본력을 앞세운 시중은행이 저축은행시장에 들어오면 어려운 싸움이 될 것"(대형 저축은행 관계자), "피인수설로 주가가 급등해 기분좋다"(중소 저축은행 관계자) 등 저축은행업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은 "모두 윈윈할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말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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