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도박 '빚 개미' 급증…증권사는 '뒷짐'
증시 도박 '빚 개미' 급증…증권사는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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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융자 6조…3년 5개월만에 최대치
우리·삼성證 등 업계 최저이자…잔고↑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개미투자자들의 '빚잔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연고점을 연일 갈아치우며 파죽지세로 내달리자, '마음급한 투자자'들이 빚을 내서라도 증시에 베팅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빚거래가 성행할수록 신용잔고가 늘고, 신용이자율이 비교적 높아 이같은 분위기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감독당국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수수방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과 코스피시장을 합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3일 기준 5조97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신용잔고 융자잔고가 3년 5개월만에 6조원을 넘기는 등 '빚 거래'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작년에만 무려 1조5600억원이 증가했으며, 최근 한달새만 3000억원이 늘어나는 등 빚쟁이 개미들 역시 최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신용융자는 통상 90일간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방식이다. 신용융자 규모 2007년 6월 7조원을 웃돌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미수제도 변경에 따른 일시적인 쏠림이 큰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에 육박한 셈이다.

증시 랠리가 이어질 경우 레버리지를 일으켜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자칫 조정국면에 들어서게 되면 반대매매로 인해 '깡통계좌'가 속출할 수 있어 시장의 우려감이 가중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융자도 주가상승을 예상하고 투자하는 한 방법이지만, 아직 국내외 주요변수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며 또다시 주가변동성이 확대되면 투자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융자 만기기간을 연장하고 슬그머니 신용융자 이자율을 낮추는 등 증권사들의 영업행태 역시 개인투자자들에게 빚 거래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가장 15일 이내 신용융자 이자율은 우리투자증권 5.9%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삼성증권(6.5%), 하이투자증권(6.5%), 대우증권(7%), IBK투자증권(7%), 이트레이드증권(7%), 한화증권(7%), 현대증권(7.2%), 한국투자증권(7.5%), 신한금융투자(7.5%), NH투자증권(7.5%), SK증권(7.5%) 등의 순이다.

반면 KTB투자증권(12%), 키움증권(12%), KB투자증권(11.7%) 등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신용융자 이자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지수가 고공행진을 이어나간 지난해 11월 1일부터 지난해 말까지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잔고는 우리투자증권이 4080억원으로 365억원 증가했고, 삼성증권(148억), 현대증권(246억원) 이트레이드증권(165억원), 동양(167억원), 한국투자증권(519억원) 신한투자(184억원) 등도 신용잔고가 소폭 증가했다.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신용잔고를 기록하고 있는 곳은 대우증권으로 같은 기간 47억원 소폭 줄었지만 6051억원에 달하는 신용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증권사 신용융자잔고 추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의 조치가 증권사들의 '주의 환기'차원에 그칠 뿐이며 자체적인 내부적인 자율규정에 맡겨져 당장 단속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 등 리테일쪽 영업망을 늘리기 위해 다소 위험한 신용영업을 강화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 신용 한도금액 등이 초과된다고 해도 금융당국이 제재조치만 취할 뿐, 법적으로 감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특히, 온라인증권사는 수익 대부분을 주식위탁영업에서 창출하기 때문에 신용공여 등에 '올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용매물의 증가는 주가하락시 투자자들을 더 큰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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