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법인 설립 등 신흥국 중심으로 영업망 강화
[서울파이낸스 김미희·서지희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시중은행들이 내년에는 해외 네트워크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신흥국 중심으로 영업망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은행권의 해외진출 관련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히고 있어 해외 영업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30일 "내년 은행권 화두는 해외 진출이 될 것"이라며 "내수시장은 포화상태여서 은행들이 (내수)확대전략만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우리나라 은행들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력 전문성, 상품개발 등에서 능력이 떨어진다"며 "이제는 경영지배구조 선진화와 해외진출 강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할 때"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도 은행권에서는 4강 체제 확립에 따른 영업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며 "시중은행들은 기존 해외영업망을 강화하는 한편 현지 고객을 타깃으로 한 신규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은행은 내년에 중국 내 지점을 추가로 늘리고 현지법인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이머징 마켓에 사무소, 지점, 현지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사무소 형태로 운영 중인 베트남 호찌민에 내년 중 지점을 설치하기 위해 현지 금융당국에 승인신청을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해외진출 전략으로 ▲성장·전략지역 진출 ▲기존 진출국 점포망 강화 ▲미개척 신규시장 진출 준비 ▲효과적인 M&A 추진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5월경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도 첸나이사무소는 지점으로, 브라질 상파울로사무소는 법인으로 각각 전환할 것"이라며 "호주 시드니에는 지점을 추가로 신설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중국, 일본, 베트남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영업망을 확장할 계획이다. 중국과 베트남에는 각각 2개 이상의 지점을 개설하고, 일본에는 최소 1개 지점을 세울 예정이다. 또한 동남아권을 중심으로 현지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은 현재 5.4%에 불과한 해외 영업 자산 비중을 최대 2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해외 현지 중견은행을 인수합병(M&A)하는 한편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도 지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하나은행과 베트남의 BIDV 은행 및 Vietinbank와 자금관리에 관한 업무제휴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이번 제휴를 통해 하나은행은 중국, 베트남 등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글로벌자금관리를 지원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