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푸르덴셜證 합병 "김 회장 수사 결과에 달렸다"
한화-푸르덴셜證 합병 "김 회장 수사 결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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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양종곤 기자] 금융감독원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비자금 의혹 수사 결과 유죄가 확정될 경우 한화증권과 푸르덴셜투자증권 합병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화증권은 최근 푸르덴셜과의 합병을 미루는 것은 정보기술(IT) 시스템 및 두 증권사간 업무 보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 추측대로 김승연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실질적인 합병 연기 사유로 작용한 셈이다.

박삼철 금융감독원 자산운용사 서비스국 부국장은 전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만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비자금 관련 수사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두 증권사간 합병은 어렵다"며 "합병시 푸르덴셜자산운용 대주주가 되는 한화증권이 요청한 푸르덴셜자산운용 대주주변경 승인을 심사중이다. 만약 대주주(김승연 회장)의 범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대주주 변경승인이 불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푸르덴셜자산운용, 대주주 변경승인 여부 '관건'

문제는 합병시 대주주 변경 승인제도 때문이었다. 합병시 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대주주가 결격사유가 있을 경우 대주주 변경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현재 금융당국은 한화증권 대주주인 김승연 회장의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심사를 유보한 상황이다.

현재 한화증권과 푸르덴셜투자증권 대주주변경승인은 지난 5월 금융위 승인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푸르덴셜투자운용 대주주 변경은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

이번 두 증권사의 합병개요를 살펴보면 한화증권은 지난 5월 26일 금융위원회가 제9차 정례회의를 열고 한화증권의 푸르덴셜투자증권의 주식 취득과 대주주가 되는 것을 승인했다.

이에 한화증권은 지난 6월 1일 푸르덴셜투자증권 발행주식 전량을 기존 주주들로부터 취득하며 본격적인 합병절차에 착수했다.

이후 법적 합병 단계는 합병을 통해 자회사로 편입되는 푸르덴셜자산운용의 대주주 승인 변경 절차가 마무리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최종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지난 9월 30일 보통주 기준으로 지분율을 살펴보면 한화증권 최대주주는 한화엘앤씨(16.02%)이며 한화호텔앤드리조트(11.23%), 김승연 회장(0.39%) 등이 대주주다. 때문에 푸르덴셜투자증권과 합병시 한화증권 자회사로 편입되는 푸르덴셜자산운용 역시 김승연 회장이 대주주로 올라섬에 따라 대주주 승인 변경이 '최종 관문' 역할을 하게 됐다.

이같은 한화증권과 푸르덴셜투자증권 합병에 대한 법적 승인 여부를 두고 현재 금감원과 금융위에서 동시심사를 진행 중이다.

금융위는 IT통합시스템 등 합병 제반 사항과 한화증권이 제출한 푸르덴셜운용 대주주 변경 승인 요청을 심사하고 있다.

금융위측은 말을 아끼면서도 대주주 변경 승인 관련 조항을 통해 대주주 변경 승인이 합병의 고비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금융위 자본시장과 관계자는 "하지만 대주주변경 심사는 일정기간 중단 후 재개된다. 만일 재개 후 대주주가 범법사실 등 결격사유가 있다면 대주주 변경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금융위 측이 밝힌 대주주 변경 승인 관련 자본시장법 23조 심사기간제의 시행령 26조 6항에 따르면 형사소송절차에 있거나 금융위 및 공정위 검사 절차에 있다고 판단되는 기간 동안 주주변경 심사는 중단된다.

금감원 역시 주주변경 심사제도와 관련해 김승연 회장 수사 결과가 합병의 주요쟁점이 될 것으로 판단하기는 마찬가지다.

금감원 금융투자총괄팀 오창진 부국장은 "회사 상황별로 다를 수 있지만 합병인가요건과 최대주주변경요건은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며 "한화증권이 푸르덴셜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푸르덴셜자산운용만 따로 내놓는 것은 모순이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병을 심사하는 관련 부서 책임자 모두 합병이 연기됐고, 수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다양한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삼철 부국장은 "합병시 대주주가 수사받는 경우 심사 중단은 일반적인 상황"이라며 "하지만 합병관련해서 다양한 시나리오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결과에 따라 한화증권과 푸르덴셜투자증권이 각각 독립법인을 갈 수 있는 등 여러 가능성을 한화증권측도 고려할 것"이라며 "현재 한화증권이 합병을 연기했고, 아직 김승연 회장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화證 합병 연기 이유 '업계 공공연한 비밀'

대내외적으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검찰 수사 영향때문에 한화증권 합병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지적은 시장에서 이미 회자되는 이야기였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합병 연기는 오너리스크 때문이다. 회사 대내외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현재 오너리스크 때문에 CEO급 보고를 못하고 있으며 일부 직원들은 합병 후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의욕적으로 합병 등을 통해 의욕적으로 금융업 강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경영 리스크로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화증권은 이와 관련해 한화그룹 경영 리스크와 이번 합병 연기는 관련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이번 합병 연기는 통합 IT시스템 보완을 위해 결정된 것"이라며 "합병추진 과정에서 보완작업을 진행한 만큼 갑작스러운 결정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합병 유보가 결정된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경영리스크는 언급조차되지 않았다"며 "합병 후 양사간 업무 부담 문제나 합병 연기에 따른 우려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김승연 회장 수사 결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김승연 회장이 한화 S&C 지분을 장남인 김동관씨에게 매각한 혐의를 추가 조사 중이며, 한 두차례 소환조사를 거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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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즈기므 2010-12-30 01:41:57
수사에 따른 파장이 이렇게 다가오는군요. 이 또한 수사 결과를 떠나서 양사 이미지와 경영에 손실이 있을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