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방카슈랑스와 상생의 법칙
<기자수첩> 방카슈랑스와 상생의 법칙
  • 김주형
  • 승인 2004.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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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보험사들이 쓰러지거나 수만명의 설계사들이 실직하는 것에 대해 은행이 일일이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죠?”

이말은 현재 2단계 방카슈랑스 개방과 관련해 은행과 보험업계간의 반대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 대형 시중은행의 방카 슈랑스 담당 팀장을 만난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아직 신출내기다 보니 무조건 보험사의 주장이 옳다라는 섣부른 판단보다는 은행도 이러한 사태에 대비해 생각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욕심을 내 만난 자리에서 나온 첫마디인지라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더구나, 당사자는 은행연합회의 시중은행 방카슈랑스 추진팀 ‘간사’가 아닌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내심으로는 보험사들이야 어떻게 되든 은행은 상품판매로 수익만 올리면 된다는 소리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말을 아껴야 했다.

“세계적인 추세인 글로벌 금융시대를 대비해 정책당국에서 종합금융시대로 나가기 위해 시행하기로 한 법령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 뿐입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정책당국이 은행에서 보험을 팔아라고 했기 때문에 파는 것 뿐이고 고객을 위해 시장을 좀더 넓히라고 했기 때문에 넓히는 것 뿐이지요”

설계사들의 대량 실직 사태에 대해 기자가 무엇을 궁금해하고 있는지를 알고나 있다는 듯이 그는”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상황이고 파업에 대해서도 이해는 하지만 정책당국에서 시행하는 것에 대해 보험업계만의 이러한 주장은 어불성설이다”고 했다.

은행이야 그들 주장대로 방카가 은행전체시장에서 아직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보험사들은 앞으로 생존을 위협할 받을수 있을 정도로 중차대한 문제이다.

질서정연한 이론이나 논리대신 문득 정치권에서 요즘 자주 등장하는 ‘상생’이라는 용어가 떠올랐다. 서로가 살기 위해 과도하게 경쟁하는 것보다는 서로가 잘되도록 도와줄 때 상대편과 나 모두가 잘 살아 나갈 수 있는 것.

방카슈랑스제도가 처음 등장하게 된 계기도 이런 상생의 원칙하에서가 아닐까 싶다.

은행과 보험사가 모두가 서로 윈윈하는 게임이 되어야지 어느 한쪽이 살기위해 다른쪽이 완전히 희생되는 그런 경쟁구도는 피해야 할 것이다. 보험사들로서는 새로운 판매채널 확보를, 은행은 새로운 수익원을, 그리고, 고객은 질 좋은 상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각각 누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생의 조건하에서 이러한 가치가 추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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