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작업 '다시 원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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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표류 조짐...채권단·금융당국 책임론 대두

[서울파이낸스 임해중 기자]현대건설 매각작업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현대그룹·현대기아차그룹·현대건설 채권단 삼자 간 이전투구가 막장으로 치달으며 결국 최악의 결말을 맞았다.

17일 현대건설 채권단이 주주협의회를 통해 현대그룹과 본계약 체결 여부, MOU해지 여부, 현대그룹 자격 박탈 시 상호 손해배상절차 등 총 3가지 안건을 부의하며 사실상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을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22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라고 공식 밝혔지만 사실상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매각작업 자체가 무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이처럼 올 한해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던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좌초되자 시장에서는 이를 둘러싼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건설종가(宗家)로서 국내 최고 건설사임을 감안하면, 매각 실패에 대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되고 현대그룹과 채권단 간 법적 다툼도 치열할 것으로 예고돼 매각작업 실패의 책임이 채권단으로 쏠리고 있는 모습이다.

일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결국 깨질 수밖에 없는 판이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그룹이 가격요소에서 우위를 점하며 인수전에 한판승을 거둔 모습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M&A역사상 전례가 없는 비상식적인 신호들이 속속 감지되며 "애초부터 깨질 판"이었다는 분석인 셈이다.

책임론의 일차적인 화살은 채권단을 행하고 있다. 현대건설 사업자 선정 자체부터 채권단의 졸속결정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날선 비판이 높아가고 있다.

한 M&A전문 컨설턴트는 이와 관련 "현대건설 인수전이 본입찰에 들어갈 때부터 채권단의 부실심사에 대한 지적이 있어왔다"라며 "채권단의 미흡한 진행부터 인수전이 꼬여, 책임소재에 대한 화살은 채권단을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일차적인 책임은 '채권단'에게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가장 큰 비난을 받고 있는 쪽은 바로 채권단이다. 이번 현대건설 매각 과정은 전례 없을 정도로 비상식적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장 큰 논란은 채권단이 현대그룹 인수자금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졸속으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채권단은 입찰제안서 마감 하루만에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채권단이 요구한 제출서류에는 당초 대출계약서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채권단은 심사 과정에서 현대그룹의 1조2000억원 대출금을 인지했지만, 단순 감점하는데 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금 극대화라는 눈에 보이는 이익에 너무 집중하다보니, 정확한 검증 없이 '가격요소'에서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주며 현대건설 인수전이 미궁 속으로 빠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채권단의 행보도 빈축을 사고 있다. 현대그룹의 나타니스 은행 자금 1조2000억원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을 때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정리를 하지 못하며 사태를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인수자금 의혹과 관련된 논란에서 채권단이 보여준 행보는 비상식적이었다"라며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채권단이 논란을 확산하며 사태를 진흙탕으로 몰아넣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채권단 내부에서 외환은행을 중심으로 MOU체결에 대한 의견이 갈리며, 오히려 혼란을 부추겼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그는 "외환은행이 단독으로 현대그룹과 MOU를 체결하며 채권단이 중심을 잃었다"라며 "철저한 검증 없이 진행된 졸속행정과 이후 내부 이견으로 인해 채권단이 갈등의 골을 키운 모습이라 대형M&A를 실패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 금융당국도 책임 있다

한편 매각 협상 규칙을 정하고 판을 벌여야 하는 금융당국이 꼬이고 꼬여가던 매듭을 제때 풀지 못했다는 비판도 높아가고 있다.

M&A협상 진행 과정에서 고비 때마다 금융 당국자들이 머뭇거리며 단순히 '당사자'간 문제로 처리한 것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은 현대건설 인수전과 관련 직간접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당사자 간에 해결할 문제라며 팔짱만 끼며 시장의 혼란을 오히려 부추겼다고 입을 모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금융당국 책임자들이 고비 때마다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등 말로 영향력을 끼치려는 듯한 발언을 거듭하면서도 실제 당국으로서의 역할에는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라며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무책임한 태도가 현대건설 인수전 파국을 부추겼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물론 대우건설 매각실패에 대한 쓴 기억이 일정부분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국가적으로 중요한 M&A과정에서 보신주의로 점철,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인수 주체 간 파격 행보로,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작업이 물건너 갔음은 물론 현대건설의 새주인 찾기는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아울러 현대건설M&A가 장기표류할 조짐을 보이며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등의 매각 작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돼 이에 대한 책임론이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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